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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즐거운 후발선제의 리듬

중앙일보 2015.09.23 00:10 경제 11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C조>
○·박영훈 9단 ●·스 웨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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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보(6~18)=우하귀의 평범한 소목정석. 정석진행 중 멀리 이탈한 것 같은 우변 12는 어떤가. 독특하다. ‘참고도’ 백1, 3 정도가 보통인데 이렇게 되면 흑이 선수를 쥐게 된다.

 13부터 16까지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 17에 손을 돌려 좌하귀로 경쾌하게 날아간 18이 박영훈의 의도다. 백을 쥐고도 세 귀를 먼저 치는 후발선제(後發先制)의 리듬이 즐겁지 않은가.

 박영훈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느낌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KB한국리그에서 SK엔크린의 에이스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 중이고(10승 4패) 그동안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못했던 세계대회에서도 LG배 8강, 몽백합배 4강 등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85년생이면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젊은이지만 프로기사로선 적은 나이가 아니다. 최고의 재능으로 엘리트코스를 밟아 정상에 오른 프로들의 전성기는 20대 중반까지라는 게 정설. 절대자로 군림했던 이창호, 이세돌도 이 시기에 조금씩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박영훈은 오히려 나이 서른을 넘어서면서 가장 좋았던 시절을 웃도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으니 확실히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그런가. 꾸준히 공부한다는 말이 들리는데 사실, 정상의 프로에게 공부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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