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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NIE] 1000년 전 한반도는 이미 다문화 사회였다

중앙일보 2015.09.23 00:02 Week& 6면 지면보기
소통과 화합 필요한 다문화

난민을 둘러싼 유럽의 갈등이 악화일로다. 난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여론과 일부 유럽 국가의 난민 거부 정책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유럽 곳곳에서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증)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난민을 둘러싼 유럽의 갈등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5년 후면 국내 거주 외국인이 전 국민의 5%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다문화 포용 정도는 후진적이란 평가가 많다. 한국도 유럽처럼 내국인과 외국인 사이 갈등과 소요가 언제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전문가들은 “관용과 포용의 자세로 다문화 사회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과서와 언론, 각종 연구자료에 기초해 한국의 다문화 사회 진입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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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이민자에게 더 부정적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외국인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여전히 배타적이고 차별적이다. 2012년 한 여론 조사기관이 성인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다양한 인종과 종교·문화가 공존하는 게 좋다”고 답한 비율은 36%에 그쳤다. 유럽 18개국 평균인 74%의 절반 수준이다. 2013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런 점은 잘 드러난다. 전국 1만5000여 다문화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이란 이유로 차별이나 무시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이 41.3%에 달했다.

 이민자에 대한 선호가 국가별로 극명하게 갈리기도 한다. 2013년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외국인 출신 국가별 이민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이민자에 대해선 65.9%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중국·일본 출신 이민자에 대해선 40.3%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인식은 20~30대 젊은 세대가 더 보수적이었다. 중국 출신 이민자에 대해 20대는 69%가, 30대는 57.7%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언론은 다문화 사회에 대한 배타적 태도가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혼 이민자들은 저소득층, 외국인 노동자들은 3D 직업에 머물 뿐이다. 차별에다 빈곤·폭력·소외에 시달린다 … 미국·유럽의 인종 폭동,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끔찍한 극우 테러 사태가 10년 후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중앙일보 2011년 10월 2일 ‘10년 후 세상 <27> 다문화 가정 인구 5.5% 차지…고령사회 극복할 활력? 화약고?’)

저출산·고령화 사회 활력 될 수도
 
다문화 사회 진입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엔과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이주민은 2억3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인구의 3.1% 수준이다.

 교과서는 다문화 사회 진입이 문화 세계화의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강조한다. 금성출판사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는 인류학자 아르준 아파두라이(Appadurai, A.)의 문화 세계화 이론을 소개한다. 교과서는 “문화 세계화는 다섯 가지 과정을 설명된다. 첫째, 관광객, 이민, 피난민, 외국인 노동자 등과 같은 사람의 이동. 둘째,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계 회사의 설립, 외부용역 등으로 인간 기술의 이동. 셋째, 주식이나 통화와 같은 자본의 이동. 넷째, 신문, 텔레비전, 잡지 등에 의한 정보의 이동, 다섯째, 자유, 평등, 정의, 복지, 인권과 같은 정치사상의 확산 등이 그것이다”고 설명한다.

 언론은 다문화 사회 진입과 이민자 포용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적극적인 이민자 포용이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수 이민자를 국내에 체류하는 기능 인력에서 발굴하자는 제안도 있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기능 인력의 32%는 전문대 졸 이상 학력자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을 숙련시켜 국내에 정주(定住)하게 만드는 노력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준(準)숙련자가 될 경우 6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중앙일보 2015년 8월 29일 ‘세계 불황에 이민자들 천덕꾸러기로…독일만 문턱 낮춰’)”

 외국인 근로자의 경제적 효과에도 주목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유발 효과는 9조9160억원, 국내총생산(GDP) 기여 금액은 3조1463억원에 달할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경제 기여도는 크다…부부당 출산율 1.2명, 80%를 초과하는 대학 진학률, 청년층의 제조업 취업 기피,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율 등의 국내 여건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중앙일보 2012년 6월 20일 ‘[비즈 칼럼] 외국인 근로자와 동행’)

관용과 포용의 자세를 배울 때

영국의 인류학자 타일러(Tylor, E.B.)는 “문화란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풍속 및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이 획득한 능력과 습성의 총체”라고 정의한다. 즉, 문화란 인간이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한 사회가 보여주는 생활 양식의 집합을 의미한다. 이는 곧 다른 문화에 대한 긍정을 의미한다. 문화적 차이는 서로 다른 자연환경과 정치·경제·사회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래엔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교과서는 다문화 사회를 맞아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과 포용의 자세를 강조한다. 교과서는 “문화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결과물이므로 이질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른 문화에 대해 관용하고 포용하는 자세는 나아가 자유의 가치와 인간 존중을 실현할 수 있는 필수적인 덕목이다”라고 말한다.

 금성출판사 『사회·문화』 교과서는 ‘문화 상대주의’에 대해 설명한다. 문화 상대주의는 문화 간에 열등하거나 우월한 것을 평가할 수 없으며, 한 문화에 대한 평가는 그 문화 자체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태도다. 교과서는 “문화적 다양성은 개인과 집단의 창조적 사고의 원천이며, 사회 발전의 자원이 된다…다름과 차이는 억압, 차별, 편견의 징표가 아니라 다양성의 징표이며, 이는 곧 문화의 풍요로움으로 나타난다”고 썼다.

 언론도 다문화 사회를 맞아 관용과 포용의 자세를 언급한다. “사회적 투자를 통해 그들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방치할 경우 집단적인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화합과 통섭(統攝)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애정으로 보듬는 정책이 필요하다.”(중앙일보 2010년 3월 26일 ‘다문화 끌어안는 ‘열린 사회’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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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자문=서울 동북고 권영부 수석 교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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