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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북핵에선 한 목소리지만 … 미중 정상 격돌 예고

중앙일보 2015.09.22 13:5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을 찾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안방 압박을 예고했다. 21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 받는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서다. 라이스 보좌관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불편해 하는 북핵을 놓고 양국의 교집합을 보여줬을 뿐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영유권, 중국 인권 등 민감 현안마다 미국은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이날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밝혔다.

라이스 보좌관은 강연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중은 정상회담에서 핵 보유와 경제 발전중 북한의 선택을 더욱 분명히 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보좌관은 “미·중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오는 25일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내건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병행하겠다는 이른바 병진 노선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공동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중 정상회담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라이스 보좌관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거론한 뒤 “미국은 지난 70여 년간 이 지역의 안정을 보장해 왔다”며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unmatched) 미국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아태 지역에서 미국이 구축한 리더십에 중국이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가 깔려 있다. 반면 중국은 신형대국 관계를 내세워 미국에 중국과의 양극 체제를 받아들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신형대국 관계는 중국과 미국이 상호 존중으로 협력하자는 취지이지만 여기엔 떠오르는 중국의 존재감에 걸맞게 미국도 중국의 아시아 기득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깔려 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사이버 스파이 행위는 우리의 장기적인 경제적 협력을 저해하며 이는 중단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는 미·중 양자 관계에서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고 향후 양국의 연대를 결정하는데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 4월 전·현직 공무원 2000여 만 명의 신상 정보를 빼내간 해킹의 배후로 중국을 지목해 경제 보복 조치를 검토했지만 시 주석의 방미 이후로 결론을 미뤘다. 라이스 보좌관은 중국이 건설 중인 남중국해의 인공 섬과 관련해선 “미국은 바닷길을 통한 항행의 자유와 교역의 자유를 고수한다”며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디에서건 항해하고 비행하며 작전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중국의 인공섬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예고다. 중국이 극히 민감해 하는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라이스 보좌관은 “단언컨대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직설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호락호락하지 것임을 밝혔다.

시 주석의 방미는 기간이 겹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미에 가리는 조짐도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이 미국 시애틀에 도착하는 22일 오바마 대통령 내외는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직접 나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영접하는 극진한 의전을 선보인다. 교황은 이어 워싱턴에 머무는 24일까지 도심 카 퍼레이드, 백악관 방문,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에 이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참석하는 미사를 집전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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