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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혁신,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찾아 나섭니다

중앙일보 2015.09.22 03:49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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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뉴스 생산·소비 관계 쌍방향으로 바뀌고
신문·방송·인터넷·모바일 구분도 사라져
콘텐트 잘 흐르게 플랫폼 경계 허물어야
계층·세대·지역 통합 앞장선 50년
이젠 글로벌 인재 몰리는 매력국가 위해
남북·동북아 평화 위해 소명 다할 것

존경하는 중앙일보 애독자 여러분, 그리고 성원을 보내 주신 국민 여러분.

 오늘 중앙일보 창간 50주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창사 50주년을 맞아 벅찬 감회를 함께 나누며 고마움을 표해야 할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광고주와 오피니언 리더, 그리고 새벽 배달원을 비롯한 중앙가족 여러분 모두 중앙일보 반세기의 소중한 은인들입니다.

 1965년 오늘, 중앙일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면서 ‘국민의 신문’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오늘 중앙일보는 다소 미흡한 점은 있어도 보수·진보의 가치를 아우르는 불편부당한 ‘국민의 신문’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중앙’이라는 제호에 부끄럽지 않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열린 자세와 합리적 논조로 빈부와 세대·지역 갈등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를 통합하는 데 선봉에 서 왔음을 자신합니다.

 중앙일보는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의 영욕을 정직하게 기록해 왔습니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덩샤오핑 사망 보도는 역사의 분수령이 된 특종기사였습니다. 국회의원 이념노선 대해부, 난곡-가난의 대물림 같은 탐사기획은 국민 여론과 정치·정책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습니다. 중앙일보 사내 필진과 외부 논객들은 치열한 토론과 고민을 거친 사설·칼럼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담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대표적 지성들이 참여한 북한 접경 탐사 프로젝트 ‘평화 오디세이’가 사회적 울림을 이끌어냈습니다.
 
 창사 때부터 ‘언론기관’이 아닌 ‘언론기업’을 천명한 중앙일보는 기업가 정신의 DNA로 신문 혁신도 주도해 왔습니다. 가장 먼저 발행부수를 공개해 언론 경영의 투명성을 선도했고, 한글 전면 가로쓰기, 섹션신문, 전문기자제 도입 등으로 신문의 품질과 품격을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보기 편한 베를리너판 도입, 일요판 중앙SUNDAY 창간으로 한국 신문의 지형을 바꾸었습니다.

 이제 중앙일보는 또 다른 50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어려움에 비할 바 없는 난관에 봉착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미디어 빅뱅’ 시대에 종이신문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합니다.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언론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가 여태껏 화두였다면, 이제 모바일·SNS 같은 디지털 환경의 도래로 전통 언론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어제 성황리에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도 그 노력의 하나지만, 지난봄부터 기자들을 비롯한 젊은 인재 30여 명이 미국·영국·독일 등지로 날아가 우리보다 먼저 변화에 몸을 싣고 있는 미디어 혁신 현장을 구석구석 살폈습니다. 국내외 전문가 수백 명과 무엇이 문제이고 해법인지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를 모은 ‘중앙일보 혁신보고서’가 완성되었습니다.

 “미디어는 세포막이다.” 보고서의 결론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 습니다. 생체 세포는 다른 세포와 물질을 교환해야만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합니다. 이런 교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바로 세포막입니다. 미디어도 세포막과 같습니다. 과거의 미디어는 생산-소비자 사이가 일방적 관계였습니다. 오늘날 뉴스 소비자들은 쌍방향을 선호하고,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방식으로 얻고자 합니다. 신문과 방송·인터넷·모바일 구분의 의미가 줄어든 까닭입니다. 이들 플랫폼 간의 경계는 좋은 콘텐트가 잘 넘나들 수 있는 얇은 세포막처럼 만들어야 합니다. 중앙일보 혁신보고서가 ‘뉴스는 마감 없는 흐름이다’ ‘다시 콘텐트다’의 두 가지 키워드를 뽑아낸 것은 이 때문입니다.

 중앙일보·JTBC를 비롯한 국내 최대 미디어그룹인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모든 매체를 세포막으로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로 만들겠습니다. 뛰어난 콘텐트를 만들어 여러 플랫폼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하고, 세분화된 소비자층에 맞춤형 소통으로 다가가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세대별 어젠다 설정이 가능하고, 이를 다양한 채널로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또 이념적인 좌우 갈등을 화해와 공존의 가치로 녹여낼 수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남북한 긴장 완화와 한·중·일 동북아 평화 번영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는 미디어 채널이 될 것입니다. 종국적으로 대한민국을 지구촌 인재와 자본이 몰려드는 매력 국가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중앙일보의 또 다른 반세기도 5000만 국민 모두 중앙미디어를 통해 생각하고 판단하고 감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시아 사람의 시각에서 세계를 보는 아시아 대표 언론, 중앙일보의 미래 비전을 향한 발걸음에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홍석현 중앙일보 JTBC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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