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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미디어 콘퍼런스] “편집국, 24시 영화 찍듯 일해야 … 그중 한 장면이 내일 신문”

중앙일보 2015.09.22 03:33 종합 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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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오른쪽)이 패널 세션인 ‘뉴스 미디어의 그린라이트’에서 토론 진행자 역할을 맡았다. 연사들 앞에 놓인 ‘그린라이트’ 상자는 JTBC 예능 프로그램인 ‘마녀사냥’의 상징으로 유명하다. 연사들은 의견에 동의하면 그린라이트를 켰다. 왼쪽부터 라주 나리세티 뉴스코프 전략담당 부사장, 크리스티 루 스타우트 CNN인터내셔널 앵커 겸 홍콩특파원, 마이크 펄리스 포브스 미디어 CEO. [오종택 기자]


중앙 50년 미디어 콘퍼런스 행사장에 이색 소품으로 ‘그린라이트’가 등장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그린라이트’ 상자가 연사들 앞에 놓인 것이다. 동의하면 그린라이트를 켜면 된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좌장으로 나서고 마이크 펄리스 포브스 미디어 CEO, 라주 나리세티 뉴스코프 전략담당 부사장, 크리스티 루 스타우트 CNN 인터내셔널 앵커 겸 홍콩특파원이 참여한 ‘뉴스 미디어의 그린라이트’ 토론 세션에서다. 한국 언론계에서 언론사 회장이 직접 콘퍼런스 세션을 주재하는 것만으로도 전례 없고 이색적인 풍경이다. 게다가 그린라이트 소품에, 진지한 콘퍼런스장에 일순 유쾌한 웃음이 일었다.

내일로 통하다 KNOW WAY OUT
‘뉴스 미디어의 그린라이트’ 토론
CNN 난민 보도로 1000명 구해
스타우트 앵커 “이런 게 영향력”



 홍 회장은 “미디어 홍수 시대에 뉴스 미디어의 청신호를 어떻게 밝힐 수 있을지 논의해 보자”며 말문을 열었다.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인가’라는 질문엔 3명의 패널 중 나리세티 부사장만 그린라이트를 켰다. ‘퀄리티 저널리즘은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라는 명제엔 세 명 모두 그린라이트를 켰다. 다음은 대담 요지.

 ▶홍 회장=많은 사람이 전통 미디어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말한다. 미래 전략이 뭔가.

 ▶나리세티=뉴스 수요가 지금처럼 많은 적이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 모두 종이신문 구독자가 줄었지만 디지털 독자가 그만큼 늘어 전체적으론 비슷하다. 신문사 편집국은 지금까지 ‘내일 아침 신문’이라는 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했다. 이제 초상화가 아니라 24시간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24시간 중 어느 한 시점에 사진을 찍으면 그게 그냥 내일 신문이 돼야 한다. 페이스북은 우리의 독자도 모자라 콘텐트까지 가져가려 한다. 이럴 때 언론사의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다. 같은 광고도 영향력 있는 매체에 실으면 그만큼 퀄리티가 높아지는 거다. 또 다른 매체와의 경쟁에 신경 쓰기보다 독자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많이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한다.

 ▶홍 회장=CNN의 영향력은 여전한가? 시청자를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스타우트=CNN은 200개국 이상에서 방송되고 있다. 우리가 시청자에게 다가간다기보다 시청자들이 저절로 보게 되는 구조다. CNN은 또 다양한 소셜미디어에 노출되고 있다. 어떤 스토리가 중요한지 알고, 뉴스메이커를 찾아가고, 시청자와 교류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CNN이 주관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 방송도 시청자들이 해시태그를 사용해 소셜미디어에서 토론을 하면서 봤다.

 ▶홍 회장=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포브스는 수많은 기고자를 콘텐트 생산에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펄리스=미디어 시장은 더 이상 일방적인 선언이 아니라 양방향 소통이 됐다. 기고자는 전문가 가운데 글쓰기에 열정 있는 사람들로 굉장히 신중하게 선택했다. 포브스닷컴의 1750명 기고자는 자기 관심분야에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든다. 생산한 콘텐트의 퀄리티가 높아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었다.

 ▶홍 회장=같은 질문을 여러분 모두에게 드리겠다. 맞다고 생각하면 그린 라이트를 켜달라. 전통 미디어는 살아남겠지만 온라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영향력이 쇠퇴할 것이다. 어떤가?(나리세티 부사장만 그린라이트)

 ▶나리세티=쇠퇴한다기보다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한다. 버즈피드 같은 스타트업은 팔면 그만이다. WSJ는 120년이 넘었고, 앞으로도 세대를 넘어 존재할 것이다.

 ▶홍 회장=페이월(유료화)은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하다?(또 나리세티만 그린라이트)

 ▶나리세티=음, 나만 자꾸 벗어나는 답변을 하는 것 같다.(웃음) 페이월은 필요하지만 모든 문제에 대한 해법은 아니다. 언론사의 독자 데이터는 굉장히 가치가 있다. 독자 모델은 4단계로 발전해 왔다. 그저 지나가는 독자에서 뉴스레터를 받는 독자, 그다음 구독자, 요즘엔 멤버십 모델이 각광받는다.

 ▶홍 회장=퀄리티 저널리즘은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없으면 구현하기 어렵다?(세 명 모두 그린라이트) 아, 드디어 모두 같은 의견인 답변이 나왔다.

 ▶스타우트=저널리스트로서 세계의 경영인들에게 ‘저널리즘을 싸게 팔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아까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은 등대’라고 말했다. CNN은 품격 있는 탐사보도인 ‘프리덤 프로젝트’로 1000명 이상의 난민을 구해 냈다. 이런 게 영향력이다. 퀄리티 저널리즘에 투자하라.

글=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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