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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통일은 한국이 매력국가로 가는 도약대”

중앙일보 2015.09.22 03:07 종합 12면 지면보기
통일한국의 가치와 비전에 대해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밖에서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문명학 박사학위를 받은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같은 문명학자는 “평화로운 통일은 한국이 매력국가로 가는 도약대이자 한반도의 신(新)르네상스를 만들어낼 기회”라고 단언했다.

핵확산 방지서 아프리카 발전까지 지역 넘어 전 세계 차원 역할할 것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20일 “남북 평화통일은 한민족이 가진 전통의 장점을 살려 한반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라며 “통일 한국은 제국주의적 침략을 하지 않고도 강대국으로 올라서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통일 후 신(新)체제 구축 과정에서 남북 모두가 시행착오를 털고 한민족에 적합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 예가 교육제도의 개선이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현재의 대학입시 위주 주입식 교육을 철폐하고, 조선시대 성균관식 교육을 차용해 21세기 통일 한반도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인 바티칸의 시스티나성당이 그리스·로마의 장점을 따 최고 수준의 동시대 예술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과 북이 손을 잡는다면 행정부터 교육까지 통일 한반도 사회를 구성하는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창간 50년을 맞아 본지와 경희대가 e메일로 인터뷰한 주한 외국대사 10명과 해외석학 14명도 같은 의견이었다.

 “통일된 한국은 전 세계의 모델이 될 것”(슬로베니아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이란 말에서부터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역할 모델”(올리버 윌리엄스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 “세계적 포부를 가진 지역의 강자”(크시슈토프 마이카 주한 폴란드 대사) 등의 의견이 나왔다. 다만 기대가 큰 만큼 역할론에 대한 당부도 많았다.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 인도 대사는 “통일된 한국은 지역을 넘어 세계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핵무기 확산 방지부터 아프리카의 발전, 의약품 기술 도약을 위한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국가(middle power)를 넘는 역할을 통일한국이 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통일 선배’인 독일처럼 지역에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옥스퍼드대 인류학 박사인 에이미 맥레넌은 “통일은 진보적 시스템을 갖춘 강대국으로 발전할 기회”라며 “오늘날 독일이 통일을 거름 삼아 경제뿐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등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된 것처럼 한국 역시 통일로 미래의 세계를 선도할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학들은 그러기 위해선 ‘평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페미다 핸디(사회복지학) 교수는 “지금까지 어떤 통일보다 더 평화로운 방식으로 통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 아닌 외교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니 셀림 주한 이집트 대사도 “평화 통일을 통해 한국이 세계와 평화에 대한 지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통일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학자도 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의 스테판 해거드 석좌교수는 “남북이 가까운 미래에 통일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장은 남북관계에 신경을 덜 쓰고, 지역 내에서의 다자 간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일이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이다. 미 펜실베이니아 사회복지정책대학원 램 크난 교수는 “통일의 성공적 절차는 북한 주민들이 통일 후 사회에서 그들의 자리를 찾고, 다양한 자원이 북한에도 골고루 배치되는 것”이라며 통일 후 과제인 통합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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