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확산 방지서 아프리카 발전까지 지역 넘어 전 세계 차원 역할할 것
창간 50년을 맞아 본지와 경희대가 e메일로 인터뷰한 주한 외국대사 10명과 해외석학 14명도 같은 의견이었다.
“통일된 한국은 전 세계의 모델이 될 것”(슬로베니아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이란 말에서부터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역할 모델”(올리버 윌리엄스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 “세계적 포부를 가진 지역의 강자”(크시슈토프 마이카 주한 폴란드 대사) 등의 의견이 나왔다. 다만 기대가 큰 만큼 역할론에 대한 당부도 많았다.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 인도 대사는 “통일된 한국은 지역을 넘어 세계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핵무기 확산 방지부터 아프리카의 발전, 의약품 기술 도약을 위한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국가(middle power)를 넘는 역할을 통일한국이 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통일 선배’인 독일처럼 지역에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옥스퍼드대 인류학 박사인 에이미 맥레넌은 “통일은 진보적 시스템을 갖춘 강대국으로 발전할 기회”라며 “오늘날 독일이 통일을 거름 삼아 경제뿐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등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된 것처럼 한국 역시 통일로 미래의 세계를 선도할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학들은 그러기 위해선 ‘평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페미다 핸디(사회복지학) 교수는 “지금까지 어떤 통일보다 더 평화로운 방식으로 통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 아닌 외교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니 셀림 주한 이집트 대사도 “평화 통일을 통해 한국이 세계와 평화에 대한 지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통일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학자도 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의 스테판 해거드 석좌교수는 “남북이 가까운 미래에 통일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장은 남북관계에 신경을 덜 쓰고, 지역 내에서의 다자 간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일이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이다. 미 펜실베이니아 사회복지정책대학원 램 크난 교수는 “통일의 성공적 절차는 북한 주민들이 통일 후 사회에서 그들의 자리를 찾고, 다양한 자원이 북한에도 골고루 배치되는 것”이라며 통일 후 과제인 통합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