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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세상과 만나게 해준 벗 … 결혼 무렵 창간, 아내·아들과 동급”

중앙일보 2015.09.22 02:57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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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열씨가 창간 때부터 모은 구독 영수증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일보요? 제 오랜 벗이죠.”

[창간 독자 인터뷰] 구독료 영수증 50년 모은 송명열씨


 중앙일보를 1965년 창간 때부터 50년간 구독해온 독자 송명열(78·경기도 성남 수정구)씨는 힘주어 말했다. 교과서를 발행하는 인쇄소에서 근무했던 송씨는 20대 때 윤전기 소음 때문에 청각 장애를 갖게 됐다. 이후 신문은 송씨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송씨는 매일 아침 신문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 있다. 특히 송씨가 결혼할 무렵 세상에 나온 중앙일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중앙일보가 창간했을 때 제 삶도 큰 변화를 맞았어요. 결혼과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었거든요. 중앙일보와 인연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창간호부터 빠짐없이 구독하고 있습니다.”

 송씨는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구독료를 납부하고 받은 영수증까지 스크랩해 보관하고 있다. 아들 우창(49)씨는 “이제 쉰을 바라보는 제가 태어날 때쯤 발행됐던 영수증을 지금껏 모아두셨다”며 “아버지에겐 중앙일보가 아들 같기도 하고 부인 같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간 10주년 때 받은 감사장과 20, 30, 40주년 때 받은 창간 기념 손목시계 등도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송씨는 서랍 속에서 영수증과 기념품·신문들을 꺼내와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며 설명을 덧붙였다. “창간 때는 첫 두 달 동안 무료 구독행사를 했어요. 20주년 때 받은 이 손목시계는 마음에 들어 외출할 때마다 차고 다녔죠. 30주년 때 받은 이 시계는 아들이 주로 차고 다녔고요. 아, 여기 2002년 태풍 피해 때 수재민 돕기 성금을 내 제 이름이 지면에 실렸어요. 다른 건 다 버려도 이 지면은 잘 접어서 보관하고 있죠.”

 사연도 많다. 송씨는 창간 30주년 때까지는 배달된 신문을 지하 창고에 모아 뒀다고 한다. 그런데 이사를 하려고 살펴보니 창고 전체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송씨는 그래도 끝까지 신문을 버리기 싫어해 한바탕 부부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또 태풍 때문에 배달이 늦어졌을 때는 직접 비바람을 뚫고 배급소로 달려가 신문을 받아 온 적도 있다.

 창간 40주년 때 중앙일보의 초대를 받아 편집국을 견학했던 경험도 송씨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다. 아들 우창씨는 “정년 퇴직하신 뒤에는 매일 일어나면 아침식사를 하시고 식탁에 앉아 2시간 넘게 중앙일보를 정독하신다”고 말했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자세로 신문을 읽으세요. 청각 장애가 있는 아버지에겐 중앙일보가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고, 신문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중앙일보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송씨는 “제가 죽기 전까진 계속 중앙일보를 구독할 테니, 잘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해 TV는 거의 보지 않지만 보면 꼭 JTBC만 볼 정도로 애정이 깊습니다. 50년을 지켜본 벗인데, 더 발전하길 바랍니다.”

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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