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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담양 전통시장서도 AI 검출 … 추석 연휴 방역 비상

중앙일보 2015.09.22 01:59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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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AI 확진 판정을 받은 전남 나주의 한 오리농장에서 방역차량이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입구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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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광주광역시 북구 전통시장 내 닭장과 오리장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광주광역시와 전남 담양군의 전통시장 내 닭·오리 가게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난주 나주시와 강진군의 오리농장에서 전염성이 높은 고병원성 AI가 발병한 데 이어서다. 이에 따라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많은 추석 명절과 10월 철새 도래 시기를 앞두고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나주·강진 오리농장 이어 발견
고병원성 바이러스, 발병은 안해
지역 상인, 닭·오리 농가는 울상
사계절 ‘상시 발생국’ 지목 우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광주시 북구 말바우시장과 전남 담양시장에서 팔던 오리에서 AI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밝혔다. 두 시장의 닭·오리 판매장 한 곳씩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해당 오리는 고병원성 ‘H5N8형’ 바이러스를 갖고 있었지만 발병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업소의 신고는 없었고,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사전 현장 조사(상시 예찰)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전염 원인과 유입 경로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상인들과 닭·오리 농가는 울상이다. 판로가 막혀서다. 지난 20일 오후 전남 나주시 이창동 영산포풍물시장. 천막 아래서 닭·오리를 판매하는 서성준(37)씨가 아버지(64)와 함께 텅빈 닭장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닷새 만에 돌아온 장날이었지만 지역 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21일까지 닭·오리를 팔 수 없게 됐다. 서씨의 아버지는 “장사를 할 수 없지만 속이 상해 집에만 있을 수 없어 나와 봤다. 장날마다 닭과 오리를 합쳐 100마리 이상 판매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음 장날(25일)까지 장사를 못한다면 생계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도 했다.

 국내에서 AI가 발생한 건 지난 6월 이후 석 달 만이다.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더위에 약하고 추울 때 잘 번진다. 외국에서 감염된 철새가 늦가을 한국에 오면서 바이러스를 전파시켜 겨울과 봄에 AI가 유행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AI가 번지기 시작했다. 크게 계절을 타지 않고 살처분과 방역을 마친 뒤 2~3개월 지나 닭·오리가 또다시 감염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면서 더 이상 “AI 바이러스가 철새에 묻어 외국에서 들어온다”고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농식품부 측도 “한국 안에서 바이러스가 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2011년 9월~2014년 1월 유지했던 AI 청정국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기는커녕 중국·베트남 같은 ‘상시 발생국’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서울대 김재홍(수의학) 교수는 “지방 방역조직이 과거처럼 강력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예산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에 살처분 비용의 20%를 부담하게 하고 난 뒤 뚜렷해진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직까진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확인된 고병원성 AI바이러스가 ‘농가→시장→타 지역 농가 또는 도심’ 순으로 전국에 확산되는 것이다. 타이밍은 좋지 않다. 곧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이다. AI가 사람과 차량에 묻어 전국에 퍼질 수 있다. 또 10월부터는 철새 도래기에 접어든다. 국내에서의 유행, 국외로부터의 전파 모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원한 나주 지역 오리 농장주는 “AI가 번질까봐 추석에도 자식들에게 고향에 오지 말라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종·나주=조현숙·김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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