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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첩 이민성 “한동안 지갑 필요 없었어요”

중앙일보 2015.09.22 01:24 종합 3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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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성이 자선 바자에 내놓은 ‘도쿄대첩 축구화’를 축구자료 수집가 이재형씨가 사들여 보관하고 있었다. 울산 코치 이민성이 축구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울산 현대]

축구 한·일전의 백미는 이른바 ‘도쿄대첩’으로 회자되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경기다. 97년 9월 28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양국의 맞대결은 월드컵 본선 티켓(조 1위)이 걸려 있어 더욱 주목을 끌었다.

영욕의 한·일전 반세기 <상> 축구
프랑스 월드컵 예선 2-1승 역전골
택시·미용실·식당 어딜 가나 공짜
본지, 당시 신은 축구화 찾아 전달
“국민들 행복하게 했다는 게 기뻐”

  후반 20분 야마구치 모토히로가 한국 골키퍼 김병지의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로빙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차범근 감독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일본의 승세가 굳어지던 후반 38분, 역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최용수의 헤딩 패스를 서정원이 정면에서 머리로 받아넣어 동점골을 터뜨렸다. 3분 뒤엔 수비수 이민성이 역전골의 주인공이 됐다. 최용수의 패스를 받은 이민성은 한 차례 치고 나간 뒤 상대 위험지역 외곽에서 기습적인 30m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민성은 2013년 인터뷰에서 “슈팅한 볼이 쭉 뻗어나가지 않고 바운드돼 골을 예상하지 못했다. 낡은 도쿄국립경기장은 라인을 그린 페인트를 여러 번 덧칠해 해당 부위가 딱딱하다. 볼이 정확히 (골에어리어) 라인을 맞고 불규칙하게 튄 덕분에 행운의 골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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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축구의 심장’ 도쿄국립경기장을 가득 메운 일본 응원단은 침묵에 휩싸였다. 한국의 2-1 역전승. 당시 일본 대표팀을 이끈 가모 슈 감독은 한·일전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일본 축구팀 감독이 한·일전 패배로 물러난 경우는 처음이었다.

 ‘도쿄대첩의 선봉장’ 이민성은 “그 골 이후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았다. 미용실에서도, 식당에서도, 심지어 택시를 타도 돈을 받지 않았다. 지갑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중앙일보가 수소문 끝에 경기 당일 그가 착용했던 축구화를 찾아냈다. 이민성은 “골을 넣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홍)명보 형에게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이 축구화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했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민성이 득점하자마자 “후지산이 무너집니다”라는 멘트를 했던 송재익 전 스포츠캐스터는 “골이 터지면 생방송에서 ‘일왕’ 또는 ‘후지산’을 언급해 일본의 자존심을 건드려 보고 싶었다. 일왕을 언급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아 순간적으로 ‘후지산이 무너진다’는 멘트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가 유일하게 내 멘트를 보도한 덕분에 유명세를 탔고, 다음날 일본 매체들의 집중 취재를 받았다. 이 자리를 빌려 중앙일보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 캐스터가 생중계한 당시 경기의 시청률(MBC)은 56.9%에 달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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