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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50년 … 출발은 PVC·소고기라면·물파스였다

중앙일보 2015.09.22 00:01 경제 5면 지면보기
1965년은 고도성장의 기틀을 닦은 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965년 창업해 현재(2013년 기준)까지 활동 중인 기업은 129개 회사다. 이중 한화케미칼과 농심, 현대약품을 통해 ‘창업 50년’ 기업의 성장사를 살펴봤다.
 

한양화학·다우케미칼 인수한 ‘한화’
연 매출 19조 화학 기업으로 성장
새우깡·신라면 초대박 난 ‘농심’
내수 넘어서 100여 개국에 수출

◆PVC회사에서 글로벌 화학기업으로(한화케미칼)=한화케미칼은 한화그룹 창업자인 고(故) 김종희 선대회장이 1965년 8월 세운 한국화성공업을 모태로 한다. 초기 생산제품은 간단한 주방 기기용 소재인 PVC(폴리염화비닐). 당시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것이었다. 설립 초기 공장을 세우는 일도 쉽지 않았다. 기존 업체의 반대 등에 부닥쳐 68년에야 경남 진해에 연 1만5000t의 PVC 공장을 세웠다. 70년대 초엔 위기가 닥쳐왔다. 공급과잉의 여파였다. 당시 정부는 PVC업체 다섯 곳을 하나로 묶은 한국프라스틱공업을 72년 출범하는 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김 선대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이 회사의 경영권을 1980년에야 가져오는데 성공한다. 한화케미칼은 우리나라에서 인수합병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장한 기업이기도 하다. 김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29세에 그룹을 이은 김승연 회장은 제2차 오일쇼크의 여진이 남아 있던 82년 12월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인수했다. 이들 회사를 가져옴으로서 한화그룹은 석유화학산업 수직계열화에 바짝 다가서는 동시에 오늘날 한화케미칼의 원형을 완성했다. 이후 한양화학은 한국프라스틱공업을 합병하고, 사명은 한화종합화학(1994년)을 거쳐 한화케미칼(2010년)로 변경된다. 그 사이 한화케미칼은 양과 질 양쪽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설립 초 PVC를 만들던 한화케미칼은 이제 태양전지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세계 제일의 화학기업으로 거듭났다. 한화케미칼을 포함해 그룹 내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매출은 현재 연 19조원에 육박한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하는 라면의 왕(농심)=1965년 9월 출범한 농심은 창립 초부터 자체 기술연구소를 운영했다. 라면 원조인 일본기업과 제휴보다 독자성장을 택한 것이다. 농심은 꾸준한 신제품 출시로 성장해온 회사다. 70년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짜장라면인 ‘짜장면’과 ‘소고기라면’을 잇따라 출시해 성장세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소고기라면은 당시 ‘라면=닭고기 육수’라는 통념을 뒤집었다. ‘신제품이 살길이다’란 믿음은 라면회사였던 농심이 스낵시장으로 진출하게 된 계기가 됐다. 농심은 71년 12월 국내 최초의 스낵인 새우깡을 출시했다. 새우깡은 1년 여의 개발기간 동안 4.5t 트럭 80대 분의 밀가루를 사용한 끝에 개발한 제품이다. 이어 감자깡(72년)과 고구마깡(73년), 인디언밥(76년)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라면 뿐 아니라 스낵 전문 기업으로도 발돋움했다.

 적극적인 투자도 성장 비결이다. 82년 4월 농심은 경기도 안성에 스프전문공장을 준공했다. 당시 ‘라면시장은 포화상태’란 견해에 맞선 것이다. 농심은 ‘동결건조’와 ‘진공건조’라는 신기술과 최신 설비를 무기로 너구리(82년), 육개장사발면(82년), 짜파게티(84년), 신라면(86년) 등 빅히트 제품을 줄줄이 개발해 냈다. 특히 신라면은 출시 이후 2014년까지 240억개가 팔렸다. 농심은 내수에 만족하지 않았다. 71년 첫 라면을 수출한데 이어 현재는 전세계 100여개국에 라면과 스낵을 수출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세계 라면시장의 허브인 아시아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중국에서는 백산수를 무기로 생수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목표다. 농심의 올해 해외 매출 목표는 사상 최대인 6억5000만 달러(약 7553억원)다.

 ◆물파스부터 수술용 전문의약품까지(현대약품)=물파스와 바르는 탈모약 ‘마이녹실’로 유명한 현대약품은 1965년 7월 창립 당시 블루오션이었던 방역과 소독 등을 주력으로 한 현대소독화학공업을 전신으로 한다. 현대약품 창업주인 고(故) 이규석 선대회장이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창업 초기부터 강조해 온 덕이었다. 가장 인기있는 가정 상비약 중 하나인 물파스는 붙이는 파스에 불편함을 느낀 소비자를 겨냥해 내놓은 것이다. 물파스는 68년 2829만원이던 현대소독화학공업의 매출을 이듬해 6858만원으로 2.4배나 끌어올린다. 73년 풍전제약을 인수하고 현대약품공업으로 사명을 바꾼 현대약품은 이후 제약기업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작한다. 88년에는 국내 대표 탈모치료제인 ‘마이녹실’을 출시했다. 마이녹실은 국내 바르는 탈모약 중 56%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89년은 현대약품이 음료시장에 진출해 국내 최초 식이섬유 음료인 ‘미에로화이바’를 선보인 해다. 미에로화이바는 현재까지 약 17억 병의 판매고를 자랑한다. 95년 첫 출시된 ‘버물리’는 벌레물림치료제란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최근 아웃도어 열풍과 맞물리면서 지난해 단일 제품으로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버물리는 출시 이후 벌레물림치료제 시장의 부동의 1위 제품이기도 하다. 친근한 제품들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현대약품은 이들 제품 외에 수술용 국소지혈제인 타코실과 국내 유일의 비(非) 마약성 말초성진해제인 레보투스를 비롯한 140여 종의 전문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타코실은 국내 수술용 국소지혈제 시장의 27%를 차지하는 인기 제품이다. 레보투스 역시 국내 전문 진해제 시장 처방 1위 제품으로 지난해 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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