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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 키우는 훈련

중앙일보 2015.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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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SBS ‘런닝맨’에서 미카엘 셰프(불가리아)가 ‘절대미각’을 자랑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눈과 코를 가리고 세 가지 음식을 맛본 뒤 커피·설탕·소금을 모두 맞혀 ‘불가리아 장금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꼭 셰프가 아니더라도 미각을 발달시킬 수 있을까. 미각은 후천적 노력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식재료 통째로 넣어 살짝 간한 음식 꼭꼭 씹기


"담백한 요리부터 먹기 맛이 다른 음식 골고루 산책이나 명상 후 식사"

미각을 훈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식재료와 요리법만 잘 선택해도 미각을 민감하게 유지할 수 있다. 차움 이기호(푸드세러피센터) 교수는 “생산자 및 생산 과정을 알 수 없는 식재료와 그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아무리 맛있더라도 미각 건강에 좋은 음식은 아니다”며 “어떤 셰프는 좋은 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돌고, 어떤 셰프는 직접 키운 식재료만 고집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뿌리부터 껍질까지 맛보기
집 안에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미각 훈련법은 크게 열 가지다. 우선 ‘마크로비오틱 요리법’이 있다. 이는 식재료의 뿌리부터 껍질까지 하나도 버리지 않고 통째로 넣고 요리하는 방법이다.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되돌아 볼 수 있고, 미각 훈련 시에도 유용하다.
  둘째로 ‘음식 명상법’이다. 이기호 교수는 “음식 명상은 음식에만 집중해 오랫동안 씹어 미각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맨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본다. 급하게 먹을 때와 달리 음식에 든 다양하고 깊은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셋째로 ‘제철 식재료 사용하기’다. 연중 맛과 영양이 가장 풍부한 ‘제철’ 식재료를 써 원재료 맛을 음미하는 방법이다. 채소는 농약이 없거나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신선한 것이 좋다.
  넷째로 ‘간을 약하게 하기’다. 각 식재료가 가진 고유 향·질감을 느끼려면 가능한 한 간을 약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양념이 강하면 그 음식의 본질적인 맛을 찾기 어렵다. 약수아이누리한의원 김민주 대표원장은 “간이 약한 음식을 섭취하면 처음에는 맛없는 음식을 먹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맛을 잘못 느낄 수 있지만 자꾸 반복해 연습하면 그 재료에서 나는 짠맛과 단맛 등을 즐길 수 있는 단계에 이른다”고 조언했다. 집에서 조리하는 경우 양념과 조미료를 적게 사용한다.
  다섯째로 ‘식사 순서 바꾸기’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기 전에 양념하지 않은 음식, 즉 샐러드 같은 채소류를 먼저 먹는다.
  여섯째로 ‘충분히 씹어 먹기’다. 소화 효소인 침이 충분히 분비되면 음식과 골고루 섞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미뢰(맛을 느끼는 감각세포가 몰려 있는 곳)가 자극돼 맛이 더 잘 느껴진다.
  일곱째로 ‘짜게 먹는 식습관 버리기’다.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면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는 악순환을 보일 수 있다. ‘미각중독’이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 차움 이윤경(가정의학과)교수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욕구를 떨어뜨리려면 세로토닌 활동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산책·명상을 하거나 바나나·우유·닭가슴살·콩 등을 섭취하면 세로토닌의 분비를 활성화하고 미각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채소·해조류·식이섬유가 많은 음식도 추천된다. 흰 쌀밥 대신 섬유질이 높고 단맛이 적은 현미를 먹으면 짠맛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반찬을 덜 짜게 먹을 수 있다. 찌개·국의 간은 최대한 싱겁게 한다.
  여덟째로 ‘신선한 식재료 고르기’다. 오랜 시간 보관하면서 시들해진 것으로는 제대로 된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 어린 자녀와 함께 화분·화단에 채소를 키워 먹으면 신선한 재료도 얻으면서 어린이의 채소 섭취율을 높일 수 있어 1석2조다. 혹은 마트에서 직접 장을 봐 식재료를 사온 뒤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먹는 것도 신선한 재료로 미각을 살릴 수 있다.

짠 음식 삼가고 담배 끊어야
아홉째로 담배를 끊어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정주현(이비인후과) 교수는 “담배를 줄이는 것으로 미각을 살리기 힘들다. 반드시 끊어야한다”며 “미각의 신경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원상태로 회복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열째로 ‘서로 다른 맛 먹기’다. 이기호 교수는 “같은 맛만 계속 접해도 미각이 단순해져 금세 둔해지므로 다양한 재료의 서로 다른 맛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본의 미각연구가 스즈키 류이치는 맛의 종류가 다른 음식을 함께 먹어 미뢰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가 추천한 의외의 음식 조합 중 푸딩과 매실장아찌를 함께 섞어 먹으면 푸딩의 단맛에 매실장아찌의 신맛이 더해져 독특하면서도 끌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돼지고기 조림의 감칠맛에 식초의 신맛은 적절히 대조를 이룬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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