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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조종하려는 사람들의 특징

중앙선데이 2015.09.20 00:15 445호 32면 지면보기

저자: 크리스텔 프리콜랭 역자: 이세진 출판사: 부키 가격: 1만4800원



우리들은 서로 소통하고 또 서로에게 영향력을 미치며 살아간다. 그게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서 ‘영향력’이라는 말이 좀 애매할 때가 있다. 자기 욕심대로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심리 치료사로 살아온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심리 조종자’라고 부른다.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저자가 말하는 영향력과 조종의 차이는 의도와 투명성,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행사하는 압박의 정도로 따져볼 수 있다. 허심탄회한 태도로 상대가 잘 되기를 바라며 투명하게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는 사람과 달리 심리 조종자는 상대를 생각하기보다 상대를 희생시켜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려 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런 몰염치한 자들은 주위에 적지 않다. 그들은 가족, 이웃, 직장 동료라는 탈을 쓰고 우리의 활력을 빨아먹으며 은밀하게 궁지로 몰아간다. 마치 흡혈귀처럼.



심리 조종자들은 사람을 지배하기 위해 우선 다양한 방법으로 세뇌에 나선다. 대표적인 것이 감각기관을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누군가를 느끼한 시선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며 거북하게 만들고, 무슨 말인지도 모를 말을 크게 지껄여 정신적 혼란을 유도하며, 사소한 구실로 신체 접촉을 꾀함으로써 정신적인 지배까지 시도한다. 심지어 독한 체취를 통해 자신을 각인시키려 하기도 한다.



이들은 사람들을 의심과 두려움, 죄의식이라는 세 가지 심리적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실로 다양한 기법을 구사한다. “괜히 과장하는 거 아냐?”라고 물어 불안하게 하고, 자신을 모르는 것이 없는 척척박사로 위장하며, “이런, 페미니스트 납셨네”라는 말로 조롱을 일삼는다. 애매한 말을 툭툭 던져 자기 생각대로 우리의 기분을 ‘가지고 놀면서’ 결국 에너지를 야금야금 빼앗는 것이다.



이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저자는 “이들은 근본적으로 미성숙한 인간”이며 “버릇없고 이기적인, 의뭉스럽고 심술궂고 거짓말 잘하고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조무래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신연령이 기껏해야 열다섯 살, 정말 못됐다 싶은 인간은 다섯 살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린 아이의 순수성과는 정 반대다. “파리 다리를 하나하나 잡아 뜯으면서 약간의 거리낌도 없이 좋아하는 어린아이의 잔인함”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사람은 과거의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대면해서 결국 극복하지만 이 같은 미성숙한 인간은 자신의 책임은 전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심리 조종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단호한 태도가 최선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말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고 차분하게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차분히 언행의 불합리한 점을 파악하고 조목조목 지적하면 그들은 어느새 당신을 만만하게 보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심리 조종자들은 항상 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갑자기 요구를 들이밀고 지금 당장 답을 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엔 시간을 버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빌미를 주지 않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유용하게 쓰일 만한 말들은 이런 것들이다. “그건 네 의견이고.” “내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니?”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으니까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내일 말해줄게.”



갈수록 이악스러워지는 세상, 도처에 나를 조종해 먹으려는 나쁜 인간 투성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좋은 사람 구별법은 이렇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살펴볼 것.



맞는 말씀인데, 문득 어렵다. 우선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볼 일이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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