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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미국인들, 일본 하면 전쟁 아닌 스시 떠올려…한국 문화도 충분히 경쟁력"

중앙일보 2015.09.18 15:23
[사진=KF, 아산정책연구원]


“일본이라고 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지 미국인들의 인식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가장 많은 대답이 ‘스시(초밥)’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나 ‘자동차’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한국도 문화적 부분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어요.”

미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브루스 스토크(67) 분석실장은 16일 “미국에서 한국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부분은 한국 제품들의 영향력이 미국에서 커진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공공외교 전문기관인 한국 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 유현석)과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공동주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스토크 실장은 “나만 해도 한국 냉장고를 10년 넘게 쓰고 있는데, 지금도 고장나지 않고 잘 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미국인들 사이에서)좋은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의 접근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생각보다 놀라운 답변이 나올 것 같다”면서다. 그는 “한국의 음악, 춤, 영화 등은 몇년 전이었으면 의아하게 여겼을 것들이었는데 지금은 전세계가 글로벌화하며 교류가 많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일본의 스시만 하더라도, 내가 어렸을 때는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일은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불과 몇년 사이에 이렇게 인기를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1986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스토크 실장은 한국이 이뤄낸 변화에 놀랐다고도 했다. 그는 “처음 왔을때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면서 ‘한국이 왜 반도체를 만들지? 이미 미국과 일본이 충분히 하고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디램(DRAM)의 거의 60%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 많이 배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정말 상황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점, 한국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창조적인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면서 나도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며 “현대차도 처음 미국에 수출됐을 때는 인기가 없어서 다시 철수하기도 했지만, 지금 소비자조사에선 현대차가 가장 놓은 성능의 차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했다. 그는 “80년대에 누군가 나에게 ‘한국이 컴퓨터나 자동차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면 절대 아니라고 했을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지금 인도와 베트남 같은 나라들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퓨 리서치 센터에서 글로벌 경제분석실을 이끌고 있는 스토크 실장은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과 TPP’ 세미나에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과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가들의 상호 인식, TPP와 무역에 대한 각 국가간의 인식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 중 미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공정한 무역행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 그는 “미국인들은 중국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중국이 대미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다소 있다. 그래서 이런 답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중국에게 위협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자 출신인 스토크 실장은 미 국무부 웬디 셔먼 정무차관의 남편이기도 하다. 국무부 서열 3위인 셔먼 차관은 최근 타결된 이란핵협상을 이끈 주역이다. 두 사람은 1978년 결혼했다. 그에게 셔먼 차관과 집에서 일과 관련된 이야기나 정치 이슈를 논하느냐고 묻자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말할 수도 없고 묻지도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셔먼 차관이)은퇴 뒤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는데, 그 곳에 한국인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스토크 실장은 KF의 해외유력인사 초청사업 참여차 방한했다. 방한 기간 동안 그는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윤금진 KF 교류이사, 서울대 정재호 교수, 연세대 손열 국제학대학원장 등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면담했다.

퓨 리서치 센터는 2004년 설립된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이자 초당파적 싱크탱크다. 워싱턴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글로벌 정치·경제·외교·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다.

왕웨이 인턴 기자 wang.we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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