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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송강호, 그의 선택은 늘 옳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5.09.18 11:38




배우 송강호(48)의 작품 선택은 늘 옳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옳아보인다.



송강호는 수 년간의 경험으로 좋은 작품을 선별해내는 혜안도 물론 있지만, 어떤 작품을 만나든 놀라운 연기력과 캐릭터 해석력으로 수작(秀作)을 만들어낸다. 이런 까닭에 그가 선택한 작품은 마치 정답처럼 보인다. 그래서 꼭 보고 싶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그가 가진 티켓 파워다.



이번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를 택했다. 영화 '변호인' 이후 2년 만의 복귀작이다. 송강호는 '사도'에서 조선 21대왕 영조를 연기했다. 정통성에 콤플렉스를 가진 왕을 맡았다. 영화 '관상' 등에서 사극을 경험했지만 왕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오화변을 정공법으로 그려낸 점에 끌려 작품을 택했지만 선택과 동시에 정통 사극에서 어떻게 왕을 그려낼까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자의 반 타의 반'에 의해 알려진 사실은 이 역할을 준비하면서 데뷔 25년차인 그가 '합숙'까지 했다는 것. "아, 창피해서 절대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웃음) 처음으로 왕 역할을 하다보니 솔직히 부담이 있더라고요. 제가 스탠바이가 안 돼 있으면 안 될 같아서 같이 출연하는 배우 최덕문을 데리고 조용한 데 가서 두 어번 연습을 하고 왔죠. 아이~참 민망하네요."



그가 완성한 영조 캐릭터는 이전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려진 영조와는 또 다르다. 사도세자의 관계를 정치적인 해석이 아닌 아비의 마음으로 풀어냈다. KBS 대하사극에 등장하는 사극톤도 과감히 버렸다. 세자와 주고 받는 대화에서 현대어에 가까운 대사를 구사하고, 세자와 대립하기 전 엄한 군주가 아닌 친근한 아비를 그려낸 점은 꽤 신선하다. 송강호, 그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은 것 같다.







-왜 '사도' 택했나.

"'사도'를 정통사극이라고들 많이 이야기하는데 정통사극이란 개념은 너무 포괄적이다. 오히려 정공법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사도'는 임오화변을 이준익 감독이 정공법으로 다룬 영화다. 그런 점이 내게 가장 어필했다."



-'변호인'의 다음 영화로 사극인 '사도'를 택한 이유는.

"사극에 대한 집착 같은 건 없었다. 다만 '관상'을 하면서 사극에 대한 어떤 선입견들이 사라졌다. 사극이라는 장르가 오히려 현대물에선 볼 수 없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상'을 통해 사극에서 감정의 폭을 더 넓힐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감지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가 '사도' 책(시나리오)을 받아봤는데 탐구정신이 생겼다. 요즘 수많은 퓨전사극들이 있고, 그것도 매력이 있지만, 이준익 감독이 풀어내는 그런 정공법이 좋았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이야기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영화에서 다뤄진 적은 거의 없었다. 드라마에선 많이 다뤄졌다. 영화로는 56년도에 '사도세자'라는 영화가 있었을 뿐이다. 60년 만에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극단 목화의 대표작 중 하나였던 '부자유친'이란 연극으로 사도세자를 접했었다.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라 소재의 신선함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있었다. 하지만 각자 표현이나 해석이 다르니깐, '사도'로 진심을 보여줄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시대에 사도세자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꼭 지금이라서는 아니었다. 그동안 사도세자와 관련해 정치적인 해석이 많았다면 이준익 감독은 그런 정치적인 인과관계를 떠나 왕인 아버지와 세자인 아들의 이야기 그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점이 좋아서 하고 싶었다."



-사도세자와 일상 대화를 하는 신에선 흔히 사극에서 보는 어투가 아닌 보다 현대어에 가까운 어투를 사용한다.

"자꾸 TV사극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폄하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냥 TV 사극을 통해 수십 년 동안 들어온 사극 말투가 있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 당시 궁중에서 어떤 말투를 썼을지는 솔직히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영조 대왕은 우리가 그동안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른 인간적인 지점이 있었을 것이다. 사사로운 대화를 했을 땐 욕도 했을 수 있고 말이다. 그런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깨고 싶었다. 처음엔 나 역시 '왕이 이렇게 말을 해도 돼?'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의문에 나 역시 직접 사료를 봤는데 실제로 그렇게 (현대어같은) 어투의 말들을 하셨더라. 대사의 상당 부분이 조선왕조실록이나 한중록에 있는 그대로다. 공부를 게을리 하는 세자에게 야단을 치면서 '넌 1년에 공부하고 싶은 적이 얼마나 되니?'라는 대사는 실제 사료에 나온 그대로다."







-사도세자가 갇혀있는 뒤주를 바라보며 9분간 혼자 대사를 하는 신이 있다. 상대가 없이 카메라 앞에서 긴 시간을 혼자 연기하는 게 무척 어려웠을텐데.

"원래는 초반엔 대사를 밖으로 내뱉지 않고 마음 속 대사로 처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날 현장에서 이준익 감독에게 내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어치파 후시 녹음을 할테니 현장에서 대사를 하면서 카메라를 돌려보자고 했다. 이준익 감독이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서 그렇게 촬영했다. 그렇게 해도 감정을 계속 혼자 끌고 가면서 연기하는 게 쉽진 않더라. 나중에 촬영한 걸 봤을 때 (비가 내리는 신이기도 해서) 대사가 뭉개지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후시 녹음으로 입히지 않았다. 후식 작업을 하긴 했는데 정확한 대사 보다는 감정을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감독님이 판단한 것 같다. 어떤 감독이 대사가 뭉개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겠나. 그래도 이준익 감독은 현장의 감정을 그대로 전하는 걸 택했다."



-아들 역을 맡은 유아인과의 호흡은 어땠나.

"유아인이란 배우를 '완득이' 때 처음 봤다. 매력적인 배우였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 조각미남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모성애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얼굴 탈이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가지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얼굴을 갖고 있다. 이번에 '사도'에서 처음 작업했는데 성격적으로 공통점이 있더라. 둘 다 낯을 많이 가린다. 그래서 참 편했다. 일부러 친한 척 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인간관계를 쌓는 걸 둘 다 싫어하다보니, 그게 편하고 좋더라. 나중에 술 한 잔 하면서 '너랑 나랑 참 비슷해서 편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유아인이 자기는 좀 무서웠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19살 차이니깐.(웃음) 촬영한지 1년이 지나 기분 좋게 취해서 둘이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 하는데 친한게 다가오는 분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유아인과는 편했다."



-미국 아카데미 회원이 됐다. '사도'가 내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 부문에 후보로 오르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하. 오히려 더 냉정하게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아직 잘 모르는데 듣기로는 연말에 작품을 담은 DVD가 많이 온다고 하더라. 주요 후보작들을 DVD로 보내오면 그걸 보고 심사기간 안에 이메일로 결과를 보내면 된다더라. 그런 상황이 있다면 냉정하게 하겠다."



-이준익 감독이 송강호의 연기는 감히 평가할 수가 없다고 했다. 반대로 이준익 감독의 연출을 평가하자면.

"그동안 이준익 감독의 모든 영화를 다 봤다. 참 좋아하는 감독인데 이상하게 그동안 연이 안 닿았다. 이번에 처음 작품을 같이 하면서 봤더니 이준익 감독은 테크니션보다는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더라. 할리우드 감독 같다. 준비를 치밀하게 한 다음 현장에서 정확한 걸 요구한다. 겉보기에는 이상한 아집이 있을 것지 않나.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 굉장히 귀가 열려있는 분이었다.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영화에 잘 접목시키더라. 좋았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박세완 기자



온라인 중앙일보 j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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