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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 로고가 삼성 표절이 아니라는 중국 법원

중앙일보 2015.09.18 03:04 종합 2면 지면보기
중국 곳곳의 고층 건물에서 사용 중인 엘리베이터 가운데 ‘삼성’이란 상표를 단 제품을 가끔 볼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삼성전제(三星電梯)란 회사 이름이 간체자 한자로 적혀 있다. 한국에 본사를 둔 삼성전자의 제품으로 착각할 법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엘리베이터를 생산하지 않는다. 이 엘리베이터는 장쑤(江蘇)성 양저우(楊州)에 본사를 둔 중국 기업 제품이다. 중국어로 ‘산싱’으로 읽는 이 회사는 1986년에 설립돼 쑤베이(蘇北·장쑤성의 북쪽 절반)에선 가장 큰 제조업체다.


‘삼성전제’ 중국 엘리베이터 회사
三星 한자에 파란색 타원형까지
법원 “중국에 먼저 상표 등록해”

 산싱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삼성 그룹의 것과 비슷한 파란색 타원형 로고를 볼 수 있다. 삼성 로고는 약간 기울어져 있지만 이 회사의 로고는 수평으로 누인 형태란 게 다른 점이다. 로고 안에는 ‘THREE STARS’라고 쓰여 있다. 삼성의 로고를 모방해 만든 ‘짝퉁’이란 의심은 가지만 증거는 없다. “우연의 일치일 뿐”이란 게 산싱의 주장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를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2009년 본사 차원에서 해외 상표권 침해 사례를 점검하던 중 산싱엘리베이터를 발견하고 관할 부처인 중국 공상총국에 제소했다”고 말했다. 제소 대상은 ‘AEC삼성’이란 상표와 타원형 로고였다. AEC는 산싱과 2006년 합작한 독일업체의 이름이다. 하지만 공상총국은 산싱의 손을 들어주었다. 삼성이 중국에서 상표 등록을 한 것은 1999년의 일인데 산싱은 그보다 1년 앞서 ‘三星’과 ‘THREE STARS’를 등록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공상총국의 결정에 불복해 정식 소송을 제기했다. 설령 산싱이 98년 상표 등록을 냈다 해도 당시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던 ‘저명 상표’였기 때문에 다른 기업의 유사 상표 등록을 각하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베이징 고등법원은 삼성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삼성 중국법인의 법무 관계자는 “어차피 삼성이 엘리베이터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혼동의 염려가 없고 실질적으로 큰 피해는 없다”며 “실질적인 영업피해는 없더라도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침해 사례에 적극 대응 중이며 올해 아홉 건의 승소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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