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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19개월 ‘은반의 여왕’ 김연아 인터뷰] “열정·끈기가 한국의 매력 전 그걸 피겨로 보여준 거죠”

중앙일보 2015.09.18 02:41 종합 6면 지면보기
[중앙포토]


“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매력적인 인물로 뽑혔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저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자세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매력 코리아 리포트] 가장 매력적인 한국인 김연아
수백, 수천 번 넘어져도 포기 않고 … 소치서 금메달 놓쳤어도 상대 축하
제 털털함을 사람들이 예쁘게 봐
평창·유니세프 대사로 바쁘지만 여유 생기면 여행 많이 가고파



 ‘피겨 여왕’ 김연아(25)는 17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저를 기억해주시고, 성원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이라며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이 김연아 선수를 가장 매력적인 한국인이라고 뽑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이 그동안 한국에서는 생소하고 주목받지 못했던 종목이었다. 비인기 종목인데도 강대국 선수들과 경쟁을 펼쳐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더 예쁘게 봐주셨다.”



 -지난해 은퇴한 뒤 어떻게 지냈나.



 “선수 때는 일주일에 5~6일가량 훈련하면서 늘 바쁘게 살았다. 은퇴한 뒤엔 훈련을 하지 않아도 되고, 부상에 대한 걱정을 안 해도 돼서 좋다. 그런데 좀 게을러졌다. 아직 여행다운 여행을 못해봤다.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싶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돌이켜보면.



 “선수 생활을 하면서 너무 많은 아픔이 있었다. 수백 번, 수천 번 넘어지면서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래도 아팠던 순간을 통해 더 성숙해질 수 있었다. 피겨 스케이팅은 내 운명이나 다름없었다.”



[중앙포토]


 -김연아 선수를 ‘피겨 여왕’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김연아는 기본적으로 피겨 스케이팅 선수다.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제가 항상 노력했던 사람으로 국민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현역 시절 김연아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피겨 여왕’이었다. 은퇴한 뒤에도 그는 여전히 ‘국민 영웅’이다.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빙판 위에서 펼치는 우아한 연기를 지켜보며 사람들은 김연아에게 ‘여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스케이트화를 신고 가볍게 점프한 뒤 나비처럼 부드럽게 착지하는 동작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누구도 따라 하기 어려운 섬세한 표정 연기와 몸짓까지 더해 그는 일본·미국 등 피겨 강대국 선수들을 가볍게 제쳤다. 팬들은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그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김연아는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래도 김연아는 여전히 세계적인 스타이자 ‘국민 영웅’이다. 은반을 떠난 지 1년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도 한국인들은 은반 위에서 유독 더 아름다웠던 김연아를 그리워했다. 중앙일보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경희대와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을 대표하는 매력적인 인물 설문조사(일반시민 3068명 대상)에서 김연아는 38.1%(1169명)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13.1%), 3위 전 축구 국가대표 박지성(6.3%)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김연아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털털함’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말한 대로 그는 털털하고 소탈한 성격 덕분에 오히려 더욱 빛났다.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 석연찮은 판정 끝에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9·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내줬을 때 그는 오히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담담한 자세로 축하인사를 건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스케이트화를 벗었지만 김연아는 선수 때보다 더 바쁘다. 요즘은 개인적인 일보다는 남을 위해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학원에 다니고 있지만 틈틈이 태릉선수촌 빙상장을 찾아 피겨 스케이팅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인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도 부지런히 뛰고 있다. 이미 그는 2011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활동을 통해 민간 외교사절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냈다. 발이 뒤틀린 탓에 스케이트화를 신는 것보다 하이힐을 신는 게 더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환하게 웃으며 대한민국과 평창을 알렸다.



 해외 활동도 활발하다. 김연아는 지난 7월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최근엔 2016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겨울 유스올림픽 홍보대사도 맡았다. 유니세프 국제 친선대사인 그는 자선·기부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김연아는 이날 인터뷰에서 “은퇴 후 게을러졌다”고 말했다. 빡빡한 훈련 일정에서 벗어난 김연아는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밝혔다.



 ‘가장 매력적인 한국인’ 김연아가 생각하는 한국과 한국인의 매력은 뭘까. 그는 특유의 ‘끈기’와 ‘열정’이 한국인의 매력이라고 답했다. 김연아는 “빙판 위에서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끈기,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보여드린 덕분에 국민들이 저를 매력적인 한국인으로 꼽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또 한국의 가장 매력적인 분야는 ‘스포츠’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연아는 “지금 이 시간에도 비인기 종목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는 선수들이 많다. 사회 한편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며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이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미디어를 포함한 사회 각 분야에서 모두들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피겨 퀸’이자 ‘은반 위의 여왕’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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