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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미디어 콘퍼런스 미리 보는 혁신 리더들 <4·끝> 급격한 디지털화 위험, 종이신문과 정교한 결합 필요

중앙일보 2015.09.18 01:52 종합 16면 지면보기
얼 윌킨슨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사무총장



프랑스 반환 알자스 지역지, 손해나도 독일어판 발행

플랫폼 다변화 대응하되 영향력 있는 독자 지켜야




얼 윌킨슨(Earl Wilkinson)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사무총장


300만 마일. 얼 윌킨슨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사무총장이 지난 20여 년간 혁신적 매체사들을 찾아다니기 위해 탑승한 비행 기록이다. 1992년부터 INMA를 이끌고 있는 그는 대표적인 미디어 혁신 전문가다. 올 초 INMA의 한 강연에서 그는 “전통 미디어가 급격하게 종이신문에서 디지털로 변화를 꾀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도 플랫폼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신문과 디지털의 정교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적 미디어들의 공통점은.



 “‘위로부터의 혁신(top-down)’이다. 업무 공간을 구글처럼 뜯어고친 호주의 페어팩스는 사내 기자 25명을 뽑아 ‘디지털 선발대’를 만들기도 했다. 독일 악셀 슈프링거는 언론사의 ‘나와바리’ 개념(영역 구분)을 뜯어고치고 있다. 미국 가넷은 지역 중소언론과 광고주가 디지털 시대에 맞춰 새롭게 협업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급격한 디지털 전환의 위험성을 경고했는데.



 “미디어 생태계 변화는 왈츠를 추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플랫폼’이라는 댄스 파트너의 보조에 맞춰 스텝을 밟을 뿐 파트너가 나를 어디로 리드할지 알 수 없다. 나는 ‘요즘 기자들은 하루에 1440번 마감을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매 분마다 새 기사를 써내야 해서다. 미래엔 또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오늘 어떤 혁신을 해도 내일이면 또 다른 혁신을 해내야 한다. 단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떤 춤사위를 보여줄지는 우리가 정한다는 것이다. 만약 디지털화를 하지 않았더라면 신문의 위상이 더 급격히 떨어졌을까? 위상 저하는 불가피했겠지만 과거 10년간의 속도만큼은 아닐 것이다.”



 -종이신문을 고수하란 뜻인가.



 “프랑스 알자스에 ‘데르니에르 누벨 달자스(Derni<00E8>res Nouvelles d’Alsace)’라는 지역 일간지가 있다. 처음부터 독일어판·프랑스판을 동시 발행했는데, 알자스가 프랑스로 최종 반환된 후에도 60년간 독일어판을 찍어 왔다. 수지타산은 안 맞지만, 오래된 독일어 독자들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우리 신문을 구독해온 영향력 있는 독자들을 실망시킬 것인가.’ 여기에 신문사가 지켜야 하는 가치에 대한 답이 있다.”



 -기존 독자들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독자들을 새로 유치하라는 조언인가.



 “그간 전통 미디어에 독자는 ‘뭉뚱그린 집합체’였다. 내가 수준 높은 기사만 쓰면 이 ‘집합체’는 당연히 반응한다고 여겼다. 반면 버즈피드 같은 새 미디어는 어떤 독자가 어떤 콘텐트를 클릭하는지 10년 넘게 연구했다. 오늘날 전통 미디어는 ‘우리가 지향하는 독자층은 누구인가’ 고민한다. 반면 버즈피드 같은 매체들은 자체 생산한 수준 높은 기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나는 최근 이 둘이 날이 갈수록 비슷해지고 있다는 점이 아주 흥미롭다. ‘어떤 독자가 어떤 형태의 미디어를 찾는가’가 전통 미디어가 디지털에서도 성공하는 키가 될 것이다. 적어도 2020년까지는 미디어 빅뱅에서 누가 이기고 질지 예측불가다. 칼자루는 그 미디어의 브랜드가 쥐고 있다. 또 현재의 모바일 주도 플랫폼은 반드시 또 변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후안 세뇨르,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 수석부사장

이상적 뉴스룸 형태는 속보·탐사 보도팀 조화

기자 5명에 개발자 1명 멀티미디어 결합도 중요




후안 세뇨르(Juan Senor)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 수석부사장


“혁신하지 않으면 죽는다.” 한국을 향한 글로벌 미디어 컨설턴트의 일갈이다. 뉴욕타임스, 르몽드,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 세계 유수의 미디어 변화를 도운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의 후안 세뇨르 수석부사장은 “변화와 혁신이라는 고통을 겪지 않으면 성공이라는 열매를 맛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의 슬로건은 ‘훌륭한 저널리즘은 가장 훌륭한 비즈니스’다. 14일 전화로 그를 만났다.



 -주류 미디어들의 생존 고민이 크다.



 “디지털 시대가 되며 언제 어디에서나 모든 기기로 뉴스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편집과 재배치를 통한 정보전달 모델이 더 이상 미디어의 핵심상품이 아니다. 사람들은 어제 뉴스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내일도 유효한 분석적 기사를 보고 싶어한다. 일본에서 태풍이 발생했다고 치자. 사람들은 태풍 발생 소식 대신 태풍의 진행방향과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궁금해할 것이다. 이 부분에 주목하는 것이 진화한 저널리즘이다. 무엇이 발생했는지보다는 왜 발생했는지, 어떻게 발생했는지, 앞으로 무엇이 발생할지를 말해줄 때 뉴스는 프리미엄 상품이 될 수 있다.”



 -뉴스에도 모바일 플랫폼이 인기다.



 “모바일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현실이다. 뉴스 소비의 경험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모바일 최적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독자가 변하면 미디어도 변해야 한다.”



 -유럽이나 북미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형태의 뉴스 모델은.



 “북미 지역에서 신문의 진화는 매우 천천히 이뤄지고 있다. 그중 프랑스의 르 로피니옹(L’opinion), 르 1(Le 1)은 미래 신문이 지향해야 하는 여러 형태를 잘 담고 있다. 미국의 전형적인 멀티섹션 신문보다 분석적이고 색다른 포맷이다.”



 -이상적인 뉴스룸은 어떤 형태인가.



 “맞춤식(customized) 뉴스룸이다. 전 세계 수백 개의 뉴스룸을 분석한 결과, 공통점은 속도(speed)와 깊이(depth)다. 뉴스룸은 이 두 리듬으로 운영돼야 한다. 속도를 갖추는 팀이 필요하고 동시에 전체 뉴스를 포괄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팀도 필요하다. 속도와 깊이를 갖춘 뉴스룸에 멀티미디어를 결합하는 작업까지도 필요하다. 저널리스트 5명당 개발자(developer) 1명 조합이 이상적이다. 이 개발자는 저널리스트와 디자이너 등 뉴스룸의 다른 이들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디지털 독자 유료화가 쉽지 않은데.



 “영국 대중지인 선(The Sun)이 유료 모델로 성공했고 독일 빌트(Bild)지도 유료 모델을 선보였다. 긴 시간 독자들이 무료에 익숙해졌지만 돈을 지불하고 훌륭한 콘텐트를 누리고 싶은 독자도 많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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