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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배우자 사망 땐 유족연금 80% 깎여 … “최저생계비도 안 돼”

중앙일보 2015.09.18 01:41 종합 20면 지면보기
부부가 나란히 연금을 받다가 한쪽이 먼저 숨지면 어떻게 될까. 본인의 국민연금(이하 노령연금)에다 배우자 유족연금의 20%를 추가로 받게 된다. 또는 유족연금이 커서 그걸 선택하면 본인 노령연금은 사라진다. 한 사람이 두 개를 온전히 동시에 받지 못하게 하는 중복조정제도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두 개의 연금이 가는 유형이 12가지다. 이 중 중복조정제도 때문에 하나만 받거나 삭감되는 경우가 8가지다. 4가지는 둘 다 온전히 받는다.


중복 조정으로 작년 4948명 삭감
독일 등은 일정액까진 둘 다 지급
유족연금 지급 늘리는 법 개정안
국회 냈지만 6개월째 손도 안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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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이 성숙하면서 중복조정 적용을 받는 사람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민연금공단이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에게 제출한 ‘국민연금 중복조정 수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가지 유형에 해당돼 연금이 삭감된 사람은 4948명이다. 2013년(4170명)에 비해 18.7% 증가했다. 올해 1~6월에만 2894명에 달한다. 가장 많은 유형이 본인 노령연금을 받다가 배우자가 사망하는 경우다. 2013년 3789명에서 지난해 4105명으로 늘었다. 유족연금은 배우자가 받던 연금의 60%(20년 이상 가입자)이다.



 인천광역시 최모(63)씨는 2010년 1월 말부터 매달 90만원(①)의 노령연금을 수령했다. 약 22년 동안 연금보험료를 부은 덕분이다. 아내(62)도 1년 뒤 노령연금(약 100만원)을 받기 시작해 ‘부부 연금’ 수령자가 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아내가 숨지면서 유족연금(60만원)이 생겼다. 최씨에게 두 개의 연금이 찾아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씨는 아내의 유족연금(약 60만원)보다 금액이 큰 본인 노령연금을 선택했고 유족연금의 20%인 12만원(②)을 추가로 받았다. 이는 아내가 원래 받던 연금을 기준으로 하면 12%밖에 안 되고, 유족연금을 기준으로 하면 48만원이 깎였다. 최씨의 최종 연금은 102만원(①+②)이다.



 그나마 최씨는 유족연금의 일부라도 받지만 박모(64·서울 강남구)씨는 한 개의 연금이 사라졌다. 박씨는 2010년 11월 노령연금 54만원을 받기 시작했다. 10년 전부터 노령연금을 받던 남편(70)이 지난해 8월 숨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본인 연금에다 남편 유족연금(64만원)이 생기면서 둘 중에서 유족연금을 선택했다. 그랬더니 본인 연금은 0원이 됐다. 박씨는 “남편 유족연금이 10만원 많긴 했지만 내 연금이 통째로 사라지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씨와 같은 유형의 중복조정을 당한 사람이 3054명, 박씨 유형은 1051명에 달한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의 유족연금 중복조정은 지나친 편이다.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유족연금 국제 비교’ 보고서는 “중복조정 규정을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원은 독일 등 8개국의 제도를 비교했다. 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 등은 두 개의 연금이 생기면 둘 다 지급하되 합계가 일정 선을 넘으면 유족연금을 깎는다. 스위스는 많은 쪽을 선택해도 무조건 노령연금의 20%를 추가로 지급한다. 연금 원조국인 독일은 둘 다 감액하지 않고 지급하다 1992년에서야 지금의 상한액 방식을 도입했다. 우리하고 비슷한 나라는 미국인데, 둘 중 많은 것 하나만 받게 돼 있다.



 국민연금 가입 중 장애가 생기면 장애연금이 나온다. 61세가 돼 노령연금이 생기면 장애연금은 못 받게 된다. 지난해 523명이 이렇게 됐다. 두 연금이 동일한 사람한테서 생긴 것이어서 이런 경우는 중복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연금을 받던 중 배우자나 가족이 사망해 유족연금이 생기면 최씨, 박씨처럼 중복조정한다.



 보건복지부는 중복조정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2007년 ‘유족연금의 20%’ 지급(최씨의 예) 규정을 신설했다. 2004년 ‘국민연금 8대 비밀’ 파동 때 가장 큰 불신을 받은 게 중복조정제도였는데, 이를 반영한 것이다. 이것으로도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를 10%포인트 높여 ‘유족연금의 30%’로 바꾸기로 하고 2013년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가 유야무야됐다. 지난 4월 같은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했지만 여전히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연금 혜택이 돌아가는 게 사회보험의 원리에 맞지 않고, 국민연금 재정도 고려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제도 변경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다.



 하지만 국민연금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유족연금의 10%포인트를 높여도 연금액이 여전히 최저생계비에 못 미친다”며 “여성 빈곤율을 완화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반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의 중복조정 규정을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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