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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금요일]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합쳐야”

중앙일보 2015.09.18 01:26 종합 22면 지면보기
볼프강 마잘 빈 대학교 노동사회법 교수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최종 타결된 지 17일로 어느덧 112일이 지났다. 앞서 7개월이 걸린 합의 과정 끝에 나온 공무원연금 개혁의 요체는 ‘더 내고 덜 받는’ 거였다. 유럽식 모델을 좌표 삼아 진행된 개혁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부터 공무원이 내는 돈을 5년에 걸쳐 늘리고, 퇴직 후 받는 연금을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월 소득에서 내는 기여율(보험료)은 7%에서 9%로 올리고, 지급률(공무원 임금 대비 연금액 비율)은 1.9%에서 1.7%로 낮췄다. 연금을 받는 나이도 60세에서 65세로 올렸다. 이렇게 해 내년부터 2085년까지 70년간 재정부담을 333조원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적자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진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이란 목표를 추구했지만 개혁안에 이를 다 담지 못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연금 개혁 선배’ 오스트리아의 조언
민관 연금 전문가들을 만나다
“유럽에선 상상하기 힘든 큰 개혁
짧은 기간에 합의 도출 높은 점수”

베른트 마린 유럽사회복지정책연구소장
 한국의 연금 개혁은 10년 앞서 공무원연금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한 오스트리아 개혁의 길을 따랐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유럽 시사전문지 ‘유로폴리틱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1998년 독일의 가입 기간 조정 등을 통한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과 2005년 오스트리아의 공무원연금 개혁 등 성공한 유럽의 연금 개혁 사례는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금 개혁의 선배 격인 오스트리아는 한국의 개혁을 어떻게 볼까. 지난달 오스트리아 총리실의 루돌프 하시만 연금정책국장, 베른트 마린 유럽사회복지정책연구소장, 볼프강 마잘 빈 대학 노동사회법학과 교수 등 민관 연금 전문가들을 만났다.



 이들은 대체로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의 개혁은 시기와 방향이 옳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시만 국장은 “2030년부터 나빠지는 재정 상황을 문제없이 넘기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개혁이었다”고 말했다. 마린 소장도 “유럽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큰 개혁을 짧은 기간에 합의를 통해 이룬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노사 간 타협문화가 유럽에 비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환경에서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도출한 것 자체에 높은 점수를 준다는 의미다.



루돌프 하시만 총리실 연금정책국장
 오스트리아의 연금 전문가들은 5년간 연금액을 동결한 것을 우려했다. 마잘 교수는 “일괄적으로 동결하다 보니 연금이 적은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더 부담을 지게 돼 재산권 등 법적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금 받는 나이를 65세로 늦춘 것은 바람직한 조치이나 기대수명 연장과 연동해 자동 상향하는 개혁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재정적자 보전과 관련해 마린 소장은 “재정을 잘 관리하되 정부가 재정적자를 보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잘 교수는 “연금에서 재정적자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면서 “국민연금에 비해 적자 보전액이 너무 높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치적 논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은 적자가 발생해도 적자를 보전하는 조항이 없고, 2061년 기금 고갈을 우려해 끊임없이 개혁을 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가야 할 길=이들은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과 수급 구조를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적 개혁을 벌여 나가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하시만 국장은 “오스트리아는 기존의 제도와 완전히 단절해 새로운 제도로 바꾼 반면 한국은 (모수개혁으로) 기존 제도를 수정했다”며 “공무원연금만 특수한 시대는 지났다. 일반 근로자가 가입된 제도와 수급 구조상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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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는 2005년 개혁을 분수령으로 공무원연금의 수급 구조를 국민연금과 사실상 일치시켰다. 쉽게 말해 공무원에서 일반 근로자로 신분이 바뀌더라도 보수가 같으면 같은 액수의 연금을 받게끔 제도 간 일원화를 이뤘다. 공무원의 특권을 없앴다는 의미에서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10년 전 개혁으로 두 연금의 지급률이 1.78%로 같아졌다. 한국은 이번 개혁을 통해 공무원연금의 지급률을 하향 조정했지만 30년 가입 기준 공무원연금(51%)과 국민연금(30%)의 소득대체율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이들은 개혁 효과를 꾸준히 관찰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시만 국장은 “전문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를 꾸려 개혁 당시 설정한 목표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개혁 효과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전문가를 토대로 한 합의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마린 소장은 “스웨덴에선 실제 ‘연금 문맹자’란 용어가 있다”며 “거시경제와 사회보험법 등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의 연금제도 개혁 경험을 접목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며 한국이 초청하면 기꺼이 와서 컨설팅을 해주겠다고도 덧붙였다.



 오스트리아는 최근 공무원 채용을 줄여 나가면서 점차 공무원 조직을 ‘슬림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점도 시사점으로 언급됐다. 마잘 교수는 “법관이나 군인 등 고도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공공부문 근로자가 공무원을 대체하고 있다”며 “이들과 권력 관계상 특수 계약을 맺고 국민연금과 동일한 제도를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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