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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처럼 재밌게 … ‘자원봉사백화점’ 20년

중앙일보 2015.09.18 01:19 종합 23면 지면보기
한마음순회봉사 행사가 열린 지난 10일 대구시 동인동 동막교회에서 자원봉사자가 할머니의 시력을 측정하고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 무료로 돋보기도 지급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구슬을 꿰 팔찌를 만드는 모습. 치매 예방에 도움이 돼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이것도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대구 한마음순회봉사, 지난해까지 16만 명 참여
건강 게임, 공예품 만들기 … 20여 가지 체험 프로그램



 가전제품 수리 코너에 들른 김길생(87·대구시 동인동)씨가 낡은 선풍기 하나를 내민다. 김씨는 “지금까지 괜찮았는데 며칠 전부터 잘 돌지 않는다. 버리려니 아까워 가져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선풍기에는 ‘GOLDSTAR’라는 상표가 붙어 있다. 금성사(현 LG전자)가 1960년 만든 제품이다. 수리 코너 자원봉사자인 김동용(68)씨는 “걱정하지 마세요. 잘 고쳐 볼게요”라며 밝게 웃는다. 옆에는 시니어게임장이 있다. 1.5m 거리에서 지름 30㎝의 골대에 공을 넣으면 천으로 된 장바구니를 준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남미진(20)씨는 “운동을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인기 짱”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난 10일 ‘한마음순회봉사’가 열린 대구시 중구 동인동 동막교회 모습이다. 70∼80대 주민 30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교회 안팎에 설치된 20가지 코너를 돌며 다양한 서비스를 받았다.



 이 행사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1996년 시작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48회에 이용자만 16만5200명에 달한다. 매년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하고 중구 지역 교회와 주민센터 등 여섯 곳을 돌며 6∼10회씩 열렸다. 중구청이 행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대고 남산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한다. 행사 때마다 홍제한의원과 사랑의 재봉틀봉사단 등 20여 개 단체 10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이 행사가 20년을 이어온 비결은 무엇일까. 주민들은 “꼭 필요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원봉사백화점’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마음순회봉사의 초기 프로그램은 10가지였다. 영정사진 촬영, 지팡이 증정, 가훈 쓰기, 머리 커트 등이었다. 이후 지팡이와 영정사진이 널리 보급되면서 주민들 반응도 덩달아 시큰둥해졌다. 그래서 만든 게 우울증 척도 검사와 시니어 건강게임, 치매 예방 공예품 만들기 등이다. 인지능력을 키우고 신경 발달에도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넣은 것이다. 봉사활동 프로그램도 20여 가지로 늘었다. 이우현(75)씨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모두 체험해 보고 싶을 정도로 알차다. 이곳에만 오면 즐겁다”고 자랑했다.



 주민들을 찾아가는 서비스라는 것도 장점이다. 관절이 좋지 않은 노인을 위해 이들이 사는 지역에서 행사를 연다. 중구 지역 교회와 주민센터 등 여섯 곳을 행사 장소로 정하고 돌아가면서 하는 이유다. 김환이(80) 할머니는 “집 옆에서 하니 지팡이를 짚고 올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무료로 제공하는 점심식사도 인기다. 행사가 열리는 교회나 자원봉사단체가 마련한다. 반찬 가짓수가 많고 정성껏 만들어 맛도 좋다. 신상윤(56) 남산종합복지관장은 “자원봉사자들의 한결같은 참여와 새로운 프로그램의 꾸준한 개발이 인기의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한마음순회봉사가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위안을 주는 또 다른 복지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하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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