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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난민 그리고 불법체류자 … 우리 안의 편견 이겨내야

중앙일보 2015.09.18 00:47 종합 32면 지면보기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2년 전 봄 시리아 국경에서 15㎞ 떨어진 요르단 자타리를 취재차 찾은 적이 있다. 메마른 사막에 지어진 시리아 난민캠프였다. 오갈 데 없는 12만 명이 모여 있던 그곳에서 열두 살 소년 사르드를 만났다. 표정은 해맑았지만 조그만 손을 만져보니 황량한 땅과 험한 모래바람에서 보낸 거친 시간이 느껴졌다. 사르드는 하루 한 끼 먹기 어려운 현실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꼭 시리아에 두고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지난 2일 터키 보드룸 해변에서 시리아 출신의 세 살짜리 아일란이 숨진 채 발견됐다. 빨간 티셔츠에 파란 반바지를 입은 아이는 마치 엎드려 자는 모습이었다. 너무나 편안해 보이는 마지막 모습이 전 세계를 울렸다. 9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나도 가슴 저미는 아픔을 느꼈다. 한동안 잊었던 사르드의 까칠한 손과 푸석한 얼굴이 생각났다.



 아일란의 슬픔을 계기로 난민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됐다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졌다. 하지만 그들의 아픈 현실은 우리와는 여전히 멀어 보인다. 한국으로 향한 난민 신청자는 갈수록 폭증해 지난해 2896명을 기록했다. 그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94명. 정부의 난민 심사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주 본지의 ‘국적 없는 아이들’ 기획 기사에도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불법체류자는 인간도 아니다” “의료보험 주기도 아까우니 어서 내보내라”는 내용이 많았다. 난민과 불법체류자는 엄밀히 말해선 다른 존재지만, 그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실 한국 젊은이들은 기부와 사회봉사에 적극적인 편이다. 얼굴도 모르는 아프리카 꼬마와 자매결연을 맺거나, 국내 저소득 가정을 찾아서 돕는 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국내 한 NGO 관계자는 “한국만큼 어려운 국가들을 돕는 데 화끈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안의 편견은 여전히 한구석에 남아 있다. 피부색이 다르고 못사는 외국인들은 싸늘한 시선에 늘 시달린다. 한 친구는 “자동이체로 한 달에 몇 천원씩 외국에 기부하는 것과 일상에서 그런 외국인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했다. 많은 젊은이는 ‘난민’ 아일란이 유럽행에 성공했다면 ‘불법체류자’가 됐을 거란 불편한 진실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물에서 가슴 아프게 숨진 아일란도, 뭍에서 생존이란 전쟁을 벌이고 있을 사르드도 우리 아들딸, 조카처럼 행복할 권리가 있다. 편견을 벗겨 내야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다. 지금 어디에 있을지 모를 사르드가 꼭 살아 있길, 좋은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도하겠다.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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