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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모터쇼를 누비는 글로벌 기업 CEO들

중앙일보 2015.09.18 00:43 종합 33면 지면보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인터뷰 중인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오른쪽 둘째). [김기환 기자]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15일(현지시간) 개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현지 취재했다. ‘세계 최고 모터쇼’ 현장에서 눈에 띈 건 영업사원처럼 발로 뛰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었다. 카를로스 곤(61)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의 개막일 일정을 보자. 그는 이날 오후 2시 르노 부스에서 직접 신차인 준대형 세단 ‘탈리스만’을 소개했다. 오후 3시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40분 동안 세계 각지에서 온 100개 매체로부터 질문 세례를 받았다. 오후 7시엔 인근 호텔에서 60여 명의 기자와 만나 국가별로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인터뷰를 했다.



 그만 그런 건 아니었다. 디터 체체(62)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마틴 빈터콘(68) 폴크스바겐 회장 같은 업계 거물도 직접 신차를 소개하고 기자들과 거리낌 없이 만났다. 하랄트 크루거(49) BMW 회장은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인터뷰를 강행하다 무대에서 쓰러지기까지 했다. 임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부스·식당·브리핑룸 곳곳에서 처음 만나는 기자들과 악수하고 농담을 나눴다. 예민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BMW의 한 임원에게 “CEO가 원래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한국에선 CEO가 인터뷰를 안 하느냐”고 되물어 왔다. 머뭇거리자 “모터쇼는 인터뷰하는 자리다. CEO는 인터뷰하는 사람”이라는 답이 재차 돌아왔다.



 한국 대기업에 인터뷰에 적극적인 CEO가 있을까. 드물다. 재계 총수 중에선 박삼구(70)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떠올랐다. 그나마 그도 정식 인터뷰에 응하는 건 아니다. 출퇴근 시간에 마주치거나 재계 모임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피하지 않고 질문에 답하는 ‘프레스 프렌들리’ CEO다. 실제 그는 회사 임원들에게 “회장은 사람을 만나 소통하라고 있는 자리”라고 말하곤 한다.



 한국 대기업 CEO의 상당수는 문을 닫고 산다. B2B(기업 간 거래)는 물론이고 B2C(소비자 판매) 기업 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기업과 대중의 거리는 멀어진다.



이번 모터쇼에서 현대·기아차 CEO는 보이지 않았다. 외신 기자들 사이에선 “글로벌 판매량 5위를 자랑하는 한국 자동차 업체 CEO의 비전을 듣고 싶었는데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자들은 신차 데뷔 무대도 취재하지만 회사의 비전과 미래 전략을 듣고 싶어 모터쇼를 취재한다.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면서 책임지고 답할 수 있는 적임자가 CEO다. 명석한 두뇌, 강렬한 카리스마, 빠른 판단력 등 CEO의 덕목은 많다. 모두 중요하지만 발로 뛰며 대중과 소통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외국 기자들이 한국 CEO를 둘러싸고 질문 공세를 하는 모습을 본다면 한층 뿌듯하지 않을까 싶어 하는 얘기다.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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