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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뢰 부상도 치료 못 하면서 나라 지키라 할 수 있나

중앙일보 2015.09.18 00:41 종합 34면 지면보기
국군 장병이 근무 중 지뢰·수류탄 폭발이나 총기 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당해도 군 병원에 이를 제대로 치료할 전문 의료진이 부족해 민간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중앙일보 16일자 보도는 충격적이다. 지난달 4일 있었던 북한 목함지뢰 도발의 피해자인 하재헌 하사가 즉시 후송된 국군수도병원이 아닌 민간 병원에 입원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니 기가 막힌다. 지난 한 달 새 총기나 수류탄 사고로 부상당한 5명의 장병이 민간 병원에 위탁됐고, 1명은 군 병원에 입원했지만 민간 의료진을 불러 수술하게 했다니 황당한 노릇이다.



 군 최고병원인 국군수도병원에 다른 분야도 아니고 기본 화기에 의한 부상을 제대로 치료할 전문 의료진이 없어 민간병원 이송만 중개하고 있다는 것은 난센스다. 폭발상·총상은 군에서 자주 발생하며 유사시 교전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야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외상을 군 의료진이 자체 치료할 수 있도록 의무복무 군의관뿐만 아니라 별도의 전문 의료진을 확보하고 장비와 시설을 갖춰야 한다. 군 외상센터를 설치해 부상 장병을 신속하게 이송해 치료하고, 군 의료진에게는 충분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부상을 당해도 군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장병에게 심어주는 것은 군의 사기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외상 전문 의료진 확보는 야전에서의 적절한 현장 응급조치와 신속한 후송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의무병과 최전방 병사들의 응급조치 교육·훈련 수준을 높이고, 장병 개인 구급키트와 의무병 구급낭도 보완해야 한다. 기동성과 방호력을 함께 갖춘 야전앰뷸런스·구급장갑차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한반도 전역을 커버하는 의무헬기 후송망을 갖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사단별로 6대의 헬기를 의무후송 전용으로 쓴다는 미군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군 의무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장병 치료 능력을 높이는 것은 강군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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