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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싫어요’는 페이스북을 어떻게 바꿀까

중앙일보 2015.09.18 00:40 종합 35면 지면보기
양성희
논설위원
유튜브 하면 동영상 플레이 버튼 모양이 떠오르듯 페이스북 하면 엄지손가락을 쳐든 ‘좋아요(like)’ 버튼이 떠오른다. ‘섬업’이라는 만인 공통 신체언어를 어느덧 자기들의 전유물쯤으로 만든 페이스북의 괴력이다.



 페이스북 이용자라면 누구든 이 ‘좋아요’ 버튼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가령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오십견이래요” “일이 많아서 죽을 것 같아요” 같은 게시물에 동감을 표하는 방법이 ‘좋아요’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리아 난민 소년 아일란 사진 같은 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럴 땐 으레 “좋아요 말고 동의해요 버튼이 없을까요” “차마 좋아요를 누르지 못하겠네요” 같은 댓글들이 올라오곤 했다.



 이런 이용자들의 성화를 못 이긴 마크 저커버그 CEO가 드디어 페이스북에 ‘싫어요(dislike)’ 버튼을 추가한다는 소식이다. “15억 명의 이용자가 긍정적 상호작용을 하기 바란다”며 버티던 그다. 버튼 하나 추가 발표 소식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니, 그 또한 대단한 일이다.



 사실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단순한 버튼이 아니다. 그간 페이스북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페이스북 친구라는 새로운 관계가 보여준 ‘페이스북 정신’의 집약체다. 가령 보통 온라인상 댓글·반응들이 ‘찬성 또는 반대’로 판단·평가 중심인데 반해 페이스북은 오직 ‘좋아요’라는 감정적 반응만 허용했다. 비록 가상이지만 사장과 말단 사원, 노교수와 새내기가 ‘친구’로 불리는 사적인 공간에서 판단·가치평가보다 철저한 공감의 매체로 기획됐다는 뜻이다. 게시물들의 내용도 그렇다. 자기 삶을 실시간 중계하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 특히 남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을 발췌한다. 그리고 서로 ‘좋아한다’. 보기 드물게 호의와 선의가 넘치는 ‘좋아요 월드’다.



 ‘싫어요’ 버튼이 도입되면 페이스북은 어떻게 될까. 저커버그는 “누군가 슬퍼하거나 화가 났을 때 공감을 표현하기 위한 용도로 제한되길 바란다”고 했지만, 자기 글에 대한 비난이나 거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잖을 것 같다.



매사 삐딱한 취향이라 온통 ‘좋아요 월드’도 어쩐지 불편했지만, ‘싫어요 월드’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서비스의 성공 여부야 그렇다치고 댓글을 통한 편가르기와 증오 전쟁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편과 ‘싫어요’ 편이 벌이는 일대 각축전을 보게 되지나 않을까 싶어서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정말 ‘싫어요’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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