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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

중앙일보 2015.09.18 00:19 경제 8면 지면보기
“다른 회사를 경영한 경험이 있어야만 그룹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다.” 7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독일의 강소기업 헤라에우스는 무분별한 가업 승계를 막기 위해 이런 규정을 뒀다. 창업주 일가라도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검증 과정 없이 창업주 일가란 이유만으로 경영 일선에 등장하거나 승계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우리 재계에서 헤라에우스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례일까? 이때는 ‘귀감(龜鑑)’이란 단어가 어울린다.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이란 의미다. 남의 훌륭한 점을 보고 배우는 것을 이를 경우 ‘타석지석’이란 말을 써서는 안 된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은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자기 산의 옥돌을 가는 데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시경』 소아(小雅)편에 나오는 구절로, 본이 되지 않는 남의 언행도 자신의 지식과 인격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윤리적 승계구조를 지니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는 헤라에우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사례라고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재벌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완수 차원에서 스스로 지배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회계 부정으로 미국 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던 엔론과 월드컴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윤리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기업이 증가했다”와 같이 사용해야 한다.



 타산지석과 비슷한 말로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있다. 극히 나쁜 면만을 가르쳐 주는 선생이란 뜻으로, 중국에서 제국주의자·반동파·수정주의자를 이르는 말이다. 이것이 의미가 확장돼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부정적인 면이 자신이나 다른 이에게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줄 때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사물을 일컫는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두 번 다시 겪지 않으려면 그리스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처럼 쓰인다. ‘타산지석’과 ‘반면교사’는 모두 부정적인 대상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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