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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노는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2015.09.18 00:18 경제 8면 지면보기
박병호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정보미디어 연구센터장
‘노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루덴스는 요한 호이징하가 1938년 출간한 저서명이다. 놀이가 문화의 한 부분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본질이 놀이라는 주장인데, 정치·경제·사회· 문화보다 열등하다고 여긴 ‘놀이’를 인간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자 문명을 창조한 중요한 덕목이라 말한 것이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전형적인 호모 루덴스다. 우리는 놀이를 일과 구분하지 않고 일 속의 놀이, 의식 속 놀이를 발달시켜왔다. 최근 들어 우리의 ‘잘 노는 기질’은 다른 각도에서 조명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놀이’는 세계를 무대로 우리를 알리고, 다음세대의 국부(國富)를 만들어갈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한류’라는 단어의 핵심 역시 본질은 ‘놀이’다.



 더 잘 놀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노는데도 기술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잘 노는 기술을 미국에서 ET(Entertainment Technology)라고 명명한다.



 미국에 ET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CT가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방송·영화·음반·애니메이션·게임·음악 등 문화예술 산업을 첨단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술의 총칭. 그것이 문화기술(CT)이다. CT란 좁게는 문화콘텐트를 디지털화하는 기술이지만 넓게는 문화예술·인문사회·과학기술을 융합해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을 의미한다.



 문화기술의 대표적 유망장르 중 하나인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진 특정 현실이 마치 실제로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보다 현실감 있게 인간의 다양한 감각을 통해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 이 기술의 지향점이다.이처럼 문화와 기술이 만난 ‘문화기술(CT)’은 인간의 호모 루덴스적 본능에 부응하는 21세기 가장 핫한 산업적 아이템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집권 후반기 국정비전으로 ‘문화융성’이라는 화두를 발표했다. 이러한 ‘문화융성’프로젝트에서 필자가 생각하는 핵심 역시 ‘문화기술’이다. 2001년 차세대 전략기술로 지정한 이래 성장해온 문화기술은 최근 5년간 특허 923건, 매출 655억 원, 사업화 510건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15년 전 ‘문화기술’의 잠재력을 예측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안목이 있었다.



 하지만 문화기술에 대한 투자는 더 커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뇌 과학과의 융합, 빅 데이터 분석기술과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등 문화기술이 뻗어갈 분야는 아직 많고, 이를 콘텐트 제작과 소비에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 경제는 이미 기술적 우위를 기반으로 한 콘텐트 파워로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본의‘e-Japan’전략, 영국의‘디지털 콘텐트 실행계획’, EU의‘MEDIA PLUS’ 등 선진 각국은 문화콘텐트 산업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선택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대한민국 ‘K-CT’의 성원을 염원한다.



박병호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정보미디어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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