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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노동개혁 하루라도 늦출 수 없는 까닭

중앙일보 2015.09.18 00:16 경제 8면 지면보기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인문계 졸업생의 90% 이상이 놀고 있다는 ‘인구론’, 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내집마련·꿈·희망을 모두 포기했다는 ‘7포세대’ 같은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청년이 취업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청년층 실업자 수는 41만 6000명에 달했다. 전체 실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청년 실업자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구직난이다. 당장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채 취업준비를 하고 있거나 단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젊은이 숫자까지 합하면 실질적인 청년실업자는 110만 명에 달하고, 체감 실업률은 22%까지 치솟는다는 분석도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한국은 눈부신 고도 경제성장기를 보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상시화되면서 기업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이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게 됐다. 구직과 이직이 극단적으로 어려워지고, 기성세대는 고연봉과 높은 사내복지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젊은이는 점점 빈곤해지는 지금 이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보기만 할 것인가. 노동시장 개혁이 시대적 화두가 된 것은 바로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국내 노동시장은 낡은 틀에 얽매여 있다. 고도 성장기에 제조업, 종신고용 관점에서 형성된 현재의 노동시장은 연공급(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형태)적 임금체계와 고용보장을 중시하는 체계를 이루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본격화된 사회에서 연공급적 임금체계와 고용보장을 고수하는 것은 무너지고 있는 집의 벽돌을 빼는 것과 다름없다. 기업의 지급여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년이 법률로 연장돼 퇴직 연령이 급격히 상승하는데도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을 계속 올려야한다면, 기업의 신규채용 여력은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청년은 취업기회가 줄어들 것이다. 이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발점은 노동시장의 개혁에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의 총체적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사실 근본처방은 아니지만 일시적으로나마 청년실업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임금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직무와 성과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호봉이 올라감에 따라 편안하게 높은 임금을 받아왔던 사람은 이러한 개혁이 적잖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부족해 많은 실업자가 정책 보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자기만 더 많이 받아가겠다고 하는 것은 이미 일자리를 가진 취업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다음으로 지속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 과도한 고용 경직성을 완화하고 기업이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고용형태와 작업방식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은 하루도 늦출 수 없다. 개혁이 하루가 늦춰지면 취업을 기다리는 우리의 젊은 청년들은 희망을 잃게 되고, 그것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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