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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풍물패·난타·공방·축제 한마당 … 손님도 상인도 신바람났네

중앙일보 2015.09.18 00:02 Week& 2면 지면보기
부안상설시장은 수산물 특화시장이지만 없는 게 없다. 한가위를 앞둔 지금, 시장에 가면 여느 때보다 풍성한 먹거리와 넉넉한 인심을 만날 수 있다.



경주 계림연합시장, 전북 부안상설시장

전국 81개 문화관광형시장 중에서 영남과 호남을 대표하는 시장 두 곳을 골라 다녀왔다. 2013년 지정된 경북 경주의 계림연합시장과 지난해 지정된 전북 부안상설시장이다. 두 시장은 특징이 뚜렷하다. 경주 계림연합시장은 전통시장 3곳이 뭉쳤고, 부안상설시장은 예부터 수산물로 유명한 시장이다. 경주와 부안은 영남과 호남을 대표하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경주는 설명이 필요 없는 천년고도이고, 부안에는 변산반도국립공원이 있다. 경주와 부안 두 고장은 새 관광 명소를 얻은 셈이었다.





세 가지 색깔의 전통시장 │ 경주 계림연합시장



관광형 시장인 경주 중앙시장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경북 경주시내 경주역 건너편. 시장 3개가 큰 길을 따라 이어져 있다. 맨 처음이 성동시장, 이어서 중심상가 시장, 다음이 중앙시장이다. 중심상가 시장을 중심으로 800m안에 세 시장이 붙어 있다 보니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이 3개 시장은 이제 ‘계림연합시장’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태 전 5월 3개 시장 상인들이 손을 잡고 상생을 다짐한 결과다. 계림연합시장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도움을 받아 3개 시장의 특색을 살리기로 했다. 먹거리가 많은 성동시장은 야시장을, 중앙시장은 관광형 시장을, 중심상가 시장은 문화시장을 특화했다.



지난 4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성동시장. 농악 소리가 울려퍼졌다. 야시장 개장을 알리는 풍물패 공연이었다. 이어 난타 팀이 등장해 ‘무조건’ ‘발로 차’ 등 흥겨운 가요를 연주했다. 흥에 겨운 손님이 탁자를 두들기거나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성동시장에 내걸린 문어. 경상도 차례상에 꼭 올라오는 해산물이다.




성동시장은 큰 시장이다. 점포수 600개가 넘는다. 경주는 물론이고 경북 지역에서 성동시장은 예부터 제수용품과 폐백 음식으로 이름이 높았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주렁주렁 걸린 삶은 문어가 보인다. 문어는 경상도에서 명절상이나 제사상에 꼭 올려야 하는 음식이다. ‘돔배기’라고 불리는 상어고기 가게도 자주 보인다. 돔배기도 빠지면 안 되는 제사 음식이다.



성동시장은 특히 먹거리가 유명하다. 길이 300m쯤 되는 골목 양 옆으로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죄다 먹거리를 판다. 경주 토속음식 우엉 김밥을 비롯해, 편육·팥죽·족발 등 없는 게 없다. 1인 5000원짜리 한식 뷔페도 있다. 가장 많은 건 감포 앞바다에서 잡은 해산물을 파는 가게다.



야시장은 지난 5월 개장했다. 관광객에게 밤에도 먹거리·놀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대구에서 왔다는 민정훈(48)씨는 “원래부터 성동시장은 먹을 게 많고 가격이 싸서 자주 왔다”며 “야시장이 개장한 뒤로는 주말 저녁에도 온다”고 말했다.



반면에 중앙시장은 관광형 시장이다. 단체 관광객을 위해 대로변에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을 만들었다.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관광버스 주차가 가능해지면서 단체 손님이 늘었다. 요즘엔 중국 관광객도 찾아온다. 지난 4일에도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에서 온 유커(游客) 약 100명이 시장을 방문했다. 박정호(47) 계림연합시장 사업단 단장은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하루에 적게는 두세 대, 주말에는 열 대 정도 시장을 찾는다”고 자랑했다.



중앙시장은 통닭집과 소머리국밥집이 유명하다. 1만5000원짜리 통닭은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닭을 손질해 기름에 넣는다. 닭이 커서 한 마리만 시켜도 4인 가족이 먹을 수 있다. 소머리국밥집은 시장 한편에 약 20집이 몰려 있다. 한 그릇에 5000~6000원이다.



젊은이가 많이 찾는 중심상가 시장은 문화시장을 지향한다. 그래서 길거리 무대를 만들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경주 지역 청년으로 구성된 거리 악사팀 ‘하늘호’ 공연이 펼쳐진다. 중심상가 시장은 경주에서 패션 1번지로 불리는 곳으로, 옷과 신발 가게가 많다. 쇼핑객 대부분도 20∼30대다. 쇼핑하러 온 젊은이들이 가끔 무대에 올라 실력을 뽐내기도 한단다. 계림연합시장은 여행객을 위해 배달 서비스도 한다. 게스트하우스 예약사이트(zamzari.or.kr)와 연계해, 삼겹살이나 조개구이 따위를 주문하면 숙소까지 배달해준다.









이용정보=서울시청에서 경주역까지는 자동차로 약 4시간 걸린다. 성동시장은 오전 5시 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 닫는다. 야시장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린다. 중앙시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중심상가 시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계림연합시장 사업단 054-743-3666. 중앙시장을 둘러보는 기차 상품도 있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팔도장터관광열차가 다음 달 16일 서울역에서 출발한다. 5000원짜리 온누리상품권도 준다. 어른 5만4000원. korailtravel.com, 1544-7755.





업그레이드된 해산물 천국 │ 부안상설시장



시장에는 공예공방촌도 있다. 부안 주민들이 강습을 받는 모습.




“깨끗하게 주변 정리, 고객님께 친절 응대, 활기차고 활성화된, 부안시장 만듭시다.”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전어
시장 통로에 모인 상인들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소리에 맞춰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잠시 뒤에는 빠른 비트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50∼60대 상인들이 국민체조보다 어려운 동작을 너끈히 소화했다. 이어 중국어 강의가 이어졌다. 재봉질을 하면서, 고기를 손질하면서, 팥죽을 끓이면서 상인들은 종이에 빼곡히 적힌 중국어 문장을 따라 읽었다. 지난 4일 부안상설시장의 활기찬 아침 풍경이다.



부안상설시장은 유서가 깊다. 부안은 예부터 풍요로운 고장이었다. 바다와 갯벌, 너른 들녘에서 먹거리가 넉넉히 났다. 조선시대부터 지금의 부안상설시장 자리에 큰 장이 섰던 까닭이다. 부안상설시장이 종합전통시장으로 등록한 건 1965년이었다. 이때 오일장에서 상설시장으로 거듭났다. 부안엔 부자도 많았다. 그래서 시장에 한복 집이 유난히 많다. 시아버지에 이어 한복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현주(67)씨는 “20∼30년 전만 해도 아침 일찍 한복을 내다 놓기 바쁘게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늘 풍성했던 시장에 위기가 찾아왔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난 2006년부터였다.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은 여전했지만, 갯것은 씨가 말랐다. 갯벌에서 조개를 캐던 어민이 급격히 줄었고, 덩달아 부안 인구도 감소했다. 시장이 쇠퇴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건 지난해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면서다. 남정수(58) 부안상설시장 상인회장의 설명이다.



“시장을 살리려면 상인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2011년 상인대학과 친절 캠페인을 시작했다. 상인들이 교육도 받았고, 시장 편의시설도 대폭 늘렸다. 행사를 자주 여니까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았다.”



상인들은 춤·요가·난타 등을 배우는 동아리를 꾸렸다. 지난 4일 저녁 하루 일과를 마친 상인 10명이 회의실에 모여 힘차게 북을 두들겼다. “공연도 해야허니께 슬슬 연습혀서는 어림없당께.” 태양슈퍼 고대희(59) 사장이 손수건으로 땀을 훔쳤다.



부안상설시장 안에 있는 카페 ‘시장안’. 장바구니 짊어진 손님들의 쉼터다.




시장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졌다. 숭어 모양을 본뜬 한지등(燈)이 천장에 걸렸고, 공방과 카페도 생겼다. 무엇보다 시장이 깨끗해졌다. 통로를 점령했던 상자를 정돈했고, 대형 마트처럼 제품을 보기 좋게 진열했다. 부안이 자랑하는 축제도 시장 안으로 끌어들여 호응을 얻었다. 부안마실축제, 설(雪)숭어축제에는 수도권과 영남에서도 손님이 찾아온다.



부안에서는 새끼 갈치 ‘풀치’의 내장을 발라내고 해풍에 말려서 먹는다.
부안상설시장은 수산물 특화시장이다. 부안 앞바다는 예부터 서해 고기의 집결지로 불렸다. 서해 바다에서 나는 모든 수산물이 시장에 다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지금은 전어·꽃게·조기가 제철이다. 다음 달 2∼4일 시장 앞 주차장에서 전어 셀프 바비큐 행사를 한다.



새끼 갈치를 말린 ‘풀치’도 부안의 대표 명물이다. 부안 여인들이 시집간 뒤 가장 그리워하는 게 풀치란다. 백합은 새만금 방조제가 생긴 뒤 흔적을 감췄다. 대신 고창 갯벌에서 캐온 걸 판다. 수입 수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팔면, 상인끼리 신고할 정도로 원산지 표기를 정확히 한다.



시장에는 수산물 말고도 먹거리가 넘쳐난다. 팥죽과 팔칼국수는 시장에 들르면 꼭 먹어봐야 한다. 달콤하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부안군청이 국산 팥만 쓰는 식당 4곳을 인증했다. 부안 계화도산(産) 팥을 주로 쓴다. 부안에 많은 참뽕나무 열매와 나뭇잎을 달여 만든 식품도 인기다. 참뽕간장새우·참뽕막걸리·참뽕불고기 등 종류도 많다.









이용정보=서울시청에서 부안상설시장까지는 자동차로 3시간 걸린다. 오전 8시~오후 8시 영업한다. 매달 셋째 주 화요일은 수산물 코너, 매달 1일은 수산물 코너를 제외한 점포가 쉰다. 부안상설시장 문화관광형시장사업단 063-581-1106. 팔도장터관광열차는 다음 달 29일 운영한다. 내장산 단풍을 보고, 부안상설시장을 들른다. 어른 5만6000원.





글=이석희·최승표 기자 seri1997@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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