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주연
어느날 감독이 툭 떠올린 얘기
그림 그리는 여자 희정 역할
영화감독과 짧은 연애 그려
극 중 김민희가 연기하는 윤희정은 그림을 그리는 여자. 그러던 그가 일 때문에 수원에 온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를 우연히 만나 술을 마시며 한층 가까워진다. 춘수는 은근히 수작을 걸고, 희정은 야무지게 뿌리치지 않는다. 희정은 춘수가 결혼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도 한다. 별것 없는 연애 이야기 같지만, 막상 보면 이 영화는 퍽 신기하다. 1부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와 2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언뜻 헷갈리기 십상인 제목만큼이나 닮은 듯 다른 이야기를 펼친다. 같은 경험을 했던 두 명의 다른 기억처럼 보이기도, 영화적 상황과 현실적 상황을 나란히 붙여놓은 두 개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어느 날 홍 감독이 김민희를 ‘툭’ 떠올리면서 시작된 이야기다. “감독님이 ‘영화 하나 찍어야겠다’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저를 그냥 떠올리셨대요. ‘화차’(2012·변영주 감독)를 함께 찍은 이선균 선배를 통해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선배가 ‘홍 감독님 이번 영화 출연할 생각 있어?’라기에 ‘있다’고 했죠.”

현재 김민희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내년 개봉 예정)를 촬영 중이다. 상업영화와 작가영화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몇 안 되는 여배우. 어느덧 그것이 김민희의 위치가 됐다. 배우로서 행복한 작업 환경이지만, 기대치가 올라간 데 대한 부담은 없을까. 김민희는 “책임감의 문제”라고 말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연기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예전보다 커진 건 맞아요. 그런데 그게 버겁다기보다는 오히려 힘이 돼요. 예전 같으면 ‘이게 아닌가’ 하면서 움츠러들었을 부분에서도 이제는 좀 더 자신 있게 지를 수 있어서 좋아요.”
이은선 기자 haroo@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