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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천안시의원의 해외연수 얻어타기

중앙일보 2015.09.16 01:20 종합 3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강태우
사회부문 기자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충남 천안시의회의 해외연수 얘기다.



 앞뒤는 이렇다. 천안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와 복지문화위원회는 최근 해외 연수를 마련했다. 각각 시의원 7명과 공무원 2~3명이 함께 간다.



 일정은 대체로 관광 일색이다. 건설도시위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7일간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한다. 캐나다 요호국립공원, 아사바스카빙하, 밴프국립공원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복지문화위는 다음 달 19~28일 10일간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에서 루브르박물관·베르사유궁전과 베네치아 등을 방문한다. 24~26일 3일간은 무얼 하는지, 세부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이런 내용의 해외연수를 위해 천안시는 1인당 250만원을 지원한다. 입법이나 정책수립을 위한 시의원의 해외 연수는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을 따라서다. 이로 인해 미국·캐나다에 가는 시의원은 1인당 22만원, 유럽 쪽으로 가는 의원은 96만원만 자기가 낸다.



 곧이곧대로 따지면 천안시의회가 가는 식의 유람성 연수는 현행 규정 위반이다. 천안시가 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연수가 만연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천안시의회는 한 술 더 떴다. 총무환경위원회 의원들이 얻어타기를 한 것이다.



 애초 총무환경위는 다른 상임위와 비슷한 무렵 해외연수를 가려고 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7명 중 3명이 개인 사정상 갈 수 없다고 했다. 달랑 4명만은 갈 수 없는 노릇이어서 연수 계획을 잡지 못했다. 그 가운데 누군가 기막힌 아이디어를 냈다. 나머지 4명이 다른 상임위 연수에 묻어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셋은 복지문화위의 유럽행에, 한 명은 건설도시위의 미주행에 동참했다. 상임위가 다른 만큼 자신의 업무와 별 관계없는 해외연수를 떠나는 건 자명하다. 그럼에도 관광으로 가득찬 연수에 동참했다.



 천안시는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을 막기 위한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심사위원회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의원 2명, 교수 2명, 시민단체 1명 등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는 이번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일부 심의위원이 이렇게 말한 게 전부다. “관광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고 가겠다는 걸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지적을 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고 개선되길 바란다.”



 출장심사위는 시의회 의장단이 선임했다. 그 때문에 애초부터 ‘연수 취소’처럼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 때문에 지방자치제 자체가 흔들리는 건 어찌해야 하나. 연수처럼 포장해 외유를 떠나는 시·군·구 의원들은 “이럴 바엔 지방의회를 없애라”는 소리가 왜 나오는지, 정말 모르는 것일까.



글=강태우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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