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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이상형 진실게임

중앙일보 2015.09.16 00:10 강남통신 1면 지면보기
머슬녀·요섹남에 대한 남녀 32명의 솔직 토크



요섹남과 머슬녀. 차도남·상남자·꽃미남에 이어 요섹남이 대세라고 합니다. TV는 마치 주방을 옮겨온 듯합니다. 프로그램마다 요섹남이 등장해 요리 경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여자 연예인들은 몸매 가꾸기에 열심입니다. 한 예능 PD는 “얼굴이 아무리 예뻐도 몸매가 받쳐주지 못하면 소용없다”고 말합니다. 탄력 있는 몸매의 여자 연예인이 섭외 1순위라고 하네요. 혹자는 미디어가 만들어 낸 환상일 뿐이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 20~3대 젊은 남녀가 이런 트렌드에 뜨겁게 호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상형이 바뀌기라도 한 걸까요. 이 시대 젊은 남녀의 이상형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사진 JTBC]




요섹남·머슬녀 열풍이다.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를 뜻하는 요섹남은 다정하고 매력 있는 남자를 대변한다. 운동으로 탄탄한 몸매를 만드는 근육질의 여자인 머슬녀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상을 대변한다. 요섹남·머슬녀가 뜨면서 남녀의 이상형도 바뀌고 있다. 가냘프고 호리호리한 몸매의 보호해주고 싶은 청순가련형 여자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가 인기다. ‘상남자’ 이미지는 지고, 다정하고 포근한 남자가 대세다. 20~30대 남성 15명과 여성 17명에게 요섹남·머슬녀에 대해 솔직하게 물었다. 감성적이면서 동시에 이성적이고, 때론 ‘19금(禁)’을 넘나드는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시대 남녀의 달라진 이상형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머슬녀 좋아하는 이 남자]



“의술로 얼굴은 고쳐도 몸매는 감출 수 없잖아”










남자한테 기대기만 하는 여자는 피곤해

청순가련 내숭녀보다 당당한 머슬녀가 낫지

결혼했다고 퍼지는 건 질색이야, 관리해야돼






남자치고 예쁜 여자 싫다는 사람이 있을까. “난 착한 여자가 좋아”라는 말도 뻔한 거짓말이다. ‘외모 되는’ 착한 여자겠지. 그런데 예전과 조금 달라진 부분은 있다. 몇 년 전까지는 얼굴이 예쁘면 조금 통통한 몸매도 괜찮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얼굴보다도 몸매에 먼저 눈길이 간다. 예전엔 얼굴과 몸매를 7:3 정도로 봤다면, 지금은 5:5 정도 같다. 몸매가 섹시하면 외모가 조금 부족해도 눈길이 간다. 한때는 아이유 같은 귀엽고 보호해주고 싶은 청순한 여자가 좋았다면, 지금은 설현처럼 탄탄한 몸매의 섹시한 여자가 좋다.



요즘 솔직히 못생긴 여자가 어딨나. 화장미인·성형미인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조금만 신경 쓰면 얼굴은 눈부신 의학 기술로 커버가 된다. 그런데 몸매는 감출 수가 없다. 정말 섹시한 몸매는 청바지에 흰티만 걸쳐 입어도 맵시가 사는 몸매다. 기본적으로 라인이 다르다. 그냥 마른 몸매가 아니라 탄탄하게 라인이 살아 있는 몸매가 매력적이다. 운동해서 마른 여자가 더 예쁘다는 것이다. 섹시함에 건강미가 더해지니까 특별하게 느껴진다.



포인트는 뒤태다. 몸에 달라붙는 스키니진 겉으로 드러난 힙 라인과 잘록한 허리에 섹시함을 느끼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하늘거리는 원피스보다 레깅스 입은 여자들의 뒤태에 더 가슴이 뛸 때가 많다. 허리에서 ‘업된 힙’으로 내려오는 그 라인 말이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그런 여자를 보면 나도 모르게 쳐다보게 된다. 이런 내가 변태 같다고. 아니 솔직히 여자들도 남자의 초콜릿 복근이나 넓은 어깨 라인 얘기를 많이 하지 않나. 요즘 시대에 이성에 대한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하는 게 변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머슬녀를 보면 자신감 있고 당당한 태도가 느껴진다. 나도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힙업’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바쁜 직장 생활에도 짬짬이 시간을 내 운동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냐. 그만큼 자신에 대한 투자에 신경 쓰고 자기관리가 철저한 여자라는 얘기다. 자신감이 넘치면 말투나 행동도 상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난다. 이런 여자를 만나면 대화가 즐겁다. 조용하고 내숭만 떠는 여자는 별로다.



방송인 예정화(왼쪽·사진 인스타그램)와 모델 이연은 탄력있는 몸매를 갖춘 머슬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섹시함에 건강미가 더해지면서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여자의 내숭은 정말 해석 불가능 요지경이다. 첫 만남부터 고생이다. 여자들이 남자로서의 ‘의무’를 은연중에 강요할 때 정말 부담스럽다. 소개팅할 때 그렇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음식 종류를 결정하고, 남자가 먼저 애프터를 요청해야 하는 등 남자라면 으레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은 이젠 정말 불편하다.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여자는 “그냥 다 잘 먹는다”고 한다. 나에 대한 배려인지 내숭인지 솔직히 헷갈린다. 그냥 솔직하게 좋아하는 음식을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고민할 필요도 없고 얼마나 편하냐. 데이트 비용만 해도 그렇다. 1차를 계산할 때 자연스럽게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여자를 볼 때면 괘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여자들은 그런 남자의 준비성을 센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남자의 입장에선 고역이다. “1차는 내가 계산하겠다”고 먼저 나서는 여자를 보면 호감이 확 올라간다. 남자한테 기대기만 하는 여자는 피곤하기만 하다.



남자도 여자만큼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여자들이 잘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남자의 대화는 직선적이다. 난 여자가 좋고 싫음이 뚜렷했으면 좋겠다. “오빠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봐”란 식의 밀당은 이제 정말 솔직히 피곤하다. 싫으면 싫다고 그때그때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서로 오해도 안 쌓이고 결국 오래간다. 자기 의사 표현도 똑 부러지게 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는 똑똑하고 스마트한 느낌이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센스 있게 딱딱 잘 맞춰줄 것 같은 느낌이다.



부모님은 여전히 ‘듬직한 남자’가 최고라고 한다. 남자는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반은 동의하고 반은 아닌 것 같다. 부모님 세대 때야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가 가정을 책임지는 것이 가능했다. 남자는 결단력과 책임감이 필요했고 여자는 조신하고 가정적인 성향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 ‘듬직한 남자’는 남자보고 희생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 나 혼자 벌어서 가정을 책임질 생각을 하면 정말 무섭다. 맞벌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능력도 있고 당당하게 사회생활 잘할 것 같은 여자가 더 매력적인 이유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여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또 있다. 여자는 나이 먹으면 체형이 펑퍼짐하게 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핑계다.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는 나이가 들어도 멋지다. 결혼 후에 퍼지는 여자 질색이다. 솔직히 연애 감정의 유통기한은 통조림 캔보다 짧지 않나. 길어봐야 3년이라고들 하던데. 성적 매력은 건강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자기 관리는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물론 나도 노력할 거다. 미래의 내 아내에게 언제나 섹시한 남편으로 남고 싶다.








[요섹남에 끌리는 이 여자]



“요리 잘하는 남자는 왠지 나만 바라볼 것 같아”










차도남·상남자에게 없는 게 뭔 줄 아니? 다·정·함!

근육질 몸매로 야채 써는 모습, 너무 귀엽지 않니

근데 요리만 잘하는 건 별로야, 요리도 잘해야지






난 가끔 야한 상상을 한다. 여자가 모두 청순가련할 거로 생각한다면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다. 섹시한 남자가 그렇지 않은 남자보다 좋다. 다만 섹시함의 포인트가 다르다. 남자가 감각이라면 여자는 감성이다. 분위기에 취한다는 말이다.



여자에겐 ‘오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주인공 존 파브로가 스칼렛 요한슨에게 요리를 해주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둘만의 오붓한 공간에서, 일(요리)에 집중하는 남자의 모습. 야채의 물기를 짤 때 드러나는 팔 근육, 탄탄하게 잡힌 어깨 라인, 리드미컬한 칼질이 자극하는 청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만을 위해 준비된 요리. 완성된 요리가 풍기는 맛과 향이 곁들여지면서 오감 만족이 이뤄진다. 이 장면에서 섹시함을 느끼지 않은 여자가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할 때마다 행복하다.



요섹남은 반전 매력이 있다. 요리는 원래 여자의 영역이지 않았냐. 그런데 멋진 몸매의 남자들이 TV에 나와 그런 요리를 척척 해내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야채 썰고 프라이팬을 잡으면서 집중하는 그 눈빛이 매력 포인트다. 겉으로는 우락부락할 것 같은 남자가 다정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근육질의 남자가 요리까지 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한때는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이미지가 좋았다. 잘나가는 남자가 고층 빌딩 옥상에서 하얀 와이셔츠 소매를 걷는 모습이 정말 섹시했다. 자동차 후진할 때 팔을 조수석에 두르는 모습도 감성을 자극한다. 그런 모습이 능력 있는 남자로 비쳤다. 또 한때는 ‘상남자’ 이미지에 끌리기도 했다. 이글거리는 눈빛과 거친 몸짓은 내 야한 상상의 단골메뉴였다. 그런데 한 가지가 부족하다. 영화 ‘노팅힐’에서 휴 그랜트가 줄리아 로버츠를 바라보는 바로 그 눈빛, 다정함 말이다.



요리하는 남자는 다정하고 가정적인 느낌이다. 여자가 남자를 볼 때 솔직히 능력·외모 중요하다. 잘생기고 돈 많이 버는 남자 싫어하는 여자가 어딨나.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잘생긴 남자’보다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다.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가 좋다.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언제나 내 편이 돼주는 그런 남자말이다. 여자한테 정말 중요한 거는 대화가 통하는 상대다. 척하면 착 받아주는 그런 센스 말이다. 뭔가를 정해놓고 따라와라 식의 남자는 질색이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정해주는 그런 섬세함에 끌린다.



예를 들면 쇼핑을 할 때 “예쁘다”고 건성건성 고개만 끄덕이는 게 아니라 “넌 빨간색이 어울려” “넌 다리가 예쁘니까 좀 더 타이트한 청바지가 낫겠다”고 적극적으로 말해주는 남자가 좋다. 그만큼 나한테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삼시세끼’에 출연했던 차승원(왼쪽)과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샘킴은 화려한 요리 실력을 뽑내며 요섹남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내가 다정한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은 우리 부모님 영향도 컸다. 우리 집은 보통의 평범한 가정이다. 아버지는 책임감 강하고 우리 가족을 위했지만 언제나 말이 없고 가부장적인 남자였다. 요즘에야 남자들이 육아도 함께하고 집안일도 돕고 그런 거지 우리 아버지 때만 해도 남자들이 다 그렇지 않았나. 반면 어머니는 우리 집 살림은 물론 집안 대소사도 척척 해내는 현모양처였다. 아마 아버지처럼 사회생활을 했다면 어디서든 한 자리는 꿰찼을 능력 있는 여자다. 난 항상 아버지가 조금 무섭고 어려웠다. 좀 더 다정했다면, 좀 더 친근했다면 하는 바람이 항상 있었다.



다정한 남자가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결혼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요즘 사회생활 안 하는 여자가 어딨나. 여자도 성공하고 싶고,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고, 높은 위치에 올라가고 싶다. 여자에게도 직장 생활과 자기 계발은 필수다. 남자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육아나 집안일이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했다간 요새 연애하기 힘들 거다. 결혼까지 생각하면 다정하고 섬세한 남자한테 더 끌린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여자에게 결혼은 희생이다. 주변 여자 선배 중에 결혼과 동시에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선배를 많이 봤다. 직장 생활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불리하다. 한 번 경력이 끊기면 다시 그 자리로 복귀하기 힘들다. 결혼할 때야 “여자도 자기 계발 중요하다” “남자도 살림과 육아는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굳게 약속하지만 그 약속이 얼마 가지 못할 거란 걸 잘 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정하고 가정적인 남자를 찾는 거다. 요즘 요섹남이 인기를 끄는 건 이런 여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리 때문 아닐까.



하지만 남자들이 착각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요즘 요섹남이 인기라고 해서 요리만 배운다고 여자에게 인기를 끌 거란 생각은 착각이다. 사실 요리는 옵션이다. 요리도 할 줄 알면 좋다는 거지, 요리 실력 자체가 이상형의 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요리를 너무 잘하는 남자는 좀 깐깐할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하다. 남자들이여, 여자는 피곤한 나를 위해 주말 하루 프라이팬을 쥐는 그 자상함에 끌린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글=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취재=윤경희·김소엽·박형수·송정·전민희·이영지·조진형·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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