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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흔한 차 정비, 미얀마선 사회적으로 존중받아”

중앙일보 2015.09.14 03:07 종합 7면 지면보기
반퇴 세대는 퇴직 후에도 20~30년 더 구직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외 이주 때도 당장의 생활 편의성보다는 길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생활여건이 불편하더라도 자신의 지식이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최적지라는 얘기다. 아무리 가고 싶은 지역이라도 그 나라에서 요구하는 전문성과 기술이 없으면 곤란하다. 이를 위해선 평소 관심 있는 지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문화와 언어를 익혀둬야 한다. 관심지역은 사전에 자주 방문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있는지 점검하는 게 안전하다.


은퇴 이민에서 반퇴 이민으로 <상> 나라 밖 제2 인생 개척자들
내게 맞는 ‘반퇴 이민’ 지역은 어디
베트남·캄보디아, 건설분야 경쟁력
말레이시아·싱가포르는 IT 분야
중앙아시아, 한국제품 무역 유망
선진국선 SW 개발 인력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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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퇴직자가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동질성이 많아 심리적 부담감이 크지 않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도 나라마다 특징이 있다. 예컨대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는 빠른 속도로 산업화하고 있어 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의 퇴직자가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할 여지가 크다. 국내 기아자동차에서 10년 근무한 뒤 일찌감치 라오스로 건너가 코라오그룹 애프터서비스센터 이사로 일하고 있는 어대수(47)씨는 “자동차 정비 기술은 한국에선 흔해서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지만 라오스·미얀마 같은 저개발 국가에선 꼭 필요한 엔지니어”라며 “능력을 인정받고 사회적으로도 존중받고 있어 인생 이모작의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개발국가에서는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기술력에 대한 평가가 높다. 김동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장은 “저개발 국가에서 요구하는 숙련 정도는 국내 수준보다 낮아 퇴직자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동남아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인 진출이 활발한 다른 개발도상국에 모두 통용되는 얘기다. 개발이 한창인 국가에선 경공업이 발달해 있고 공장 건설과 도시화에 따라 건설 수요가 많다는 점도 한국인 퇴직자가 해외에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발판이다. 이 분야 경험과 지식이 있다면 현지에서 재취업해 기술 지도와 조언을 할 수 있다. 같은 동남아라도 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선 제조업 기술보다는 정보기술(IT)·금융 분야에 대한 경험이 있으면 좋다.



 수출 분야에 종사했다면 무역업도 유망하다. 한국산 제품은 브랜드 가치가 높아 세계 어디에 가도 환영을 받는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전망이 밝다.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에선 아직도 생필품·전자제품·기계류나 농업 분야 원자재가 넉넉하지 않다. 김종규 세계한인무역협회 우즈베키스탄 지회장은 “한국산은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 품질이 뛰어나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크고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교민이 현재 3000명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중앙아시아는 줄곧 편안하게 살던 한국인이 적응하기에 생활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성장 잠재력을 본다면 퇴직자가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문지식만 있으면 선진국에도 일자리가 있다. 국내 전산업체에서 퇴직해 올해 칠순을 맞은 강원혁씨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일본 도쿄에 있는 한인 기업에 상무로 취업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강씨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지금도 초창기의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숙련도가 필요하다”며 “한국에서는 나이가 일흔이면 할 일이 없는데 이 나이 되어서도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 장종만(62)씨도 “프로그램 개발과 유지·보수 업무에도 숙련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4~5년 더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후에는 삶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지역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한다. 노후 준비가 잘돼 있다면 창업이나 취업보다는 한국 정부가 해외 정부에 파견하는 자문관에 도전해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현대차 연구소를 비롯해 40여 년간 근무한 뒤 퇴직해 파라과이 정부 자문관으로 파견된 양갑수(65)씨가 그런 경우다. 양씨는 “주중에는 현지 정부에 산업발전 정책을 상담해주고 주말에는 경치 좋은 곳을 두루 돌아다닌다”며 “한마디로 신나고 보람 있는 제2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희 무역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장은 “돈을 벌 건지 외국 문화를 즐길 건지를 판단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지역을 선택해야 성공한 해외 반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견 내주신 전문가들(가나다순)=구동본 세종학당재단 부장,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김동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장, 김영희 무역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장, 남장현 세계한인무역협회 팀장, 박종민 코이카 월드프렌즈 총괄팀장, 박현길 이노비즈협회 일자리창출팀장,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명룡 전 대한은퇴자협회장, 최숙희 한양사이버대 교수, 한명규 코라오그룹 부회장



◆특별취재팀=김동호 선임기자, 염지현·이승호 기자, 김미진 인턴기자 hope.banto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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