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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출신 권주형 “도미니카서 30년 수출 노하우 전수”

중앙일보 2015.09.14 03:06 종합 6면 지면보기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으로 퇴직해 도미니카 정부에서 중소기업 육성과 수출지원정책을 돕고 있는 권주형(68·앞줄 왼쪽)씨. 생활비·활동비 등을 포함해 연간 5만 달러를 받고 있다. [사진 권주형]
# 중남미 카리브해의 개발도상국 도미니카의 수출투자청에서 3년째 자문관으로 일하고 있는 권주형(68)씨. 2013년 9월 해외 자문관 파견 프로그램에 선발돼 이곳에 온 뒤로 중소기업 육성과 수출지원 자문에 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으로 30여 년간 근무한 그는 “수출로 경제를 일군 한국에선 익숙한 일인데 이곳에선 수출 지원업무가 전문 분야”라며 “단지 생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경험과 지식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은퇴 이민에서 반퇴 이민으로 <상> 나라 밖 제2 인생 개척자들
퇴직 후 19개국서 일하는 34명 조사
교사 출신, 세네갈서 교육 컨설팅
동남아·중남미 넘어 아프리카까지
“전문지식·경험 발휘하고 싶어서”
생계보다 일의 보람 찾아 해외로

 #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에서 부동산 소개업을 하는 서진구씨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 사이에 출생한 710만 명)의 맏형이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는 25년간 근무한 신한은행에서 지점장을 끝으로 2008년 조기 퇴직해 뉴욕에서 제2의 삶을 개척했다. 직원 시절 뉴욕지점 근무 경험을 살려 해외이민을 결심한 서씨는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없고 일하는 만큼 보수를 받을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는 건강 수명과 정년 사이 부조화에 끼어 있다. 부모 세대에 비해 몸은 10년 이상 젊어졌지만 퇴직 연령은 그에 비례해 연장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퇴직 후에도 20~30년간 구직시장을 전전하는 ‘반퇴(半退)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기대수명이 짧아 퇴직 후 인생 이모작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과거 세대에겐 없었던 인생의 새 선택지다. 더욱이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교육 수준도 높고 사회활동 욕구도 강하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들을 받아줄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퇴직자가 많아지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본지가 지난 8월부터 퇴직 후 세계 19개국에서 일하고 있는 반퇴 세대 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이런 시대의 흐름이 읽혔다.



 반퇴 세대가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로 ‘전문지식을 발휘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나 기술을 그대로 사장시키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이들이 꼽은 해외 취업의 장점도 ‘전문지식과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이어서 ‘계속 일할 수 있다’와 ‘계속 돈을 벌 수 있다’가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가 65세 또는 70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셋 중 둘은 ‘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겠다고 했다. 퇴직자의 상당수가 생계 때문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보람을 찾고 싶은데 국내에선 일자리를 찾기 어려우니 해외로 눈을 돌렸다는 얘기다.



 해외에서 제2의 삶을 개척하는 반퇴 세대가 늘면서 진출 지역도 과거보다 훨씬 광범위해지고 있다. 과거 이민지역으로 선호했던 미국·캐나다·호주 같은 영어권 국가에 머물지 않고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앙아시아·유럽에 이어 아프리카·중남미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무역업계에서 42년간 일한 뒤 퇴직해 산자부의 퇴직전문가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부터 코스타리카에서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돕고 있는 김달호(68)씨는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어 저개발국을 지원해주는 일을 한다는 데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사로 38년간 근무하고 지난해 퇴직해 세네갈 정부의 교육자문관으로 일하고 있는 이영운(63)씨는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한평생 쌓아온 기술을 썩히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는 보람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의견 내주신 전문가들(가나다순)=구동본 세종학당재단 부장,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김동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장, 김영희 무역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장, 남장현 세계한인무역협회 팀장, 박종민 코이카 월드프렌즈 총괄팀장, 박현길 이노비즈협회 일자리창출팀장,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명룡 전 대한은퇴자협회장, 최숙희 한양사이버대 교수, 한명규 코라오그룹 부회장



◆특별취재팀=김동호 선임기자, 염지현·이승호 기자, 김미진 인턴기자 hope.banto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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