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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국편위원장 5명 국정화 반대 … “현 검정체제도 개선을”

중앙일보 2015.09.14 02:34 종합 14면 지면보기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 체제 개편 문제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현직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위원장 8명 중 5명이 국정(國定) 교과서 발행에 반대 의견을 보였다. 국정이란 정부가 집필자를 선정해 직접 발행하고, 검정(檢定)이란 민간 출판사가 필진을 구성해 집필한 뒤 정부 심사를 거쳐 발행하는 현행 방식이다. 본지가 이원순 전 위원장(6대, 1994년 9월~99년 8월 재임)부터 지난 3월 퇴임한 유영익 전 위원장(12대) 등 전직 국편 위원장 등 7명과 김정배 현 위원장(13대)을 대상으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에 대해 의견을 물어봤다. 국편은 역사 자료를 수집·정리·보관하고 국사를 편찬하는 국가기관이며, 국편 위원장은 통상 역사학계의 원로가 맡는다.


중앙일보, 전·현직 8명 위원장 조사
현 위원장 등 3명은 입장 안 밝혀
“하나의 해석 주입은 옳지 않아”
“객관적 교과서 만드는 게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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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순 전 위원장은 “민주사회에선 다원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기에 하나의 교과서를 가지고 하나의 해석을 주입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김대중 정부 당시 위원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의 이만열(8대)·유영렬 전 위원장(9대), 이명박 정부의 정옥자 전 위원장(10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이태진 전 위원장(11대)도 국정 교과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보였다.



 이에 비해 이성무 전 위원장(7대)은 “교과서 발행 체제보다 객관적인 교과서가 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고, 유영익 12대 위원장은 “입장을 밝히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정배 현 위원장(13대)은 “현직 위원장으로서 답변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전직 국편 위원장 중 1~4대 위원장은 작고했으며, 박영석 전 위원장(5대)은 건강상 의 이유로 직접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박 전 위원장의 아들인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아버지는) 재임 당시 검정 체제를 주장하셨다”고 말했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전직 위원장들도 “현행 검정 체제의 문제점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위원장을 지낸 유영렬(숭실대 명예교수) 전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정신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좀 더 명확한 기준안을 만들고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8년 임명된 정옥자(서울대 명예교수) 전 위원장은 “그동안 (검정 체제에서도) 집필 기준을 제대로 정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이를 보완한다면 검정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 명예교수는 재임 당시 검정 심사를 거친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좌익 편향 논란이 일자 교과부가 수정 명령을 내리는 등 역사 교과서 논쟁을 겪기도 했다. 이태진(서울대 명예교수) 전 위원장도 “검정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 된다. (상당수 검정 교과서에)유관순 열사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으면 넣으면 된다. 검정 체제가 시행된 지 3년 이상 된 상황에서 발행 체제를 갑작스럽게 바꾸면 혼란이 온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연구진들도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냈다.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로 채택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르면 이달 말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확정할 예정이다.



노진호·백민경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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