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이산가족의 고통 공감 … 흑인들도 300년 전 뿌리 잃었다

중앙일보 2015.09.14 02:30 종합 27면 지면보기
찰스 랭글 미국 하원의원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의회 내사무실에서 한인 이산가족 상봉을 활성화하기 위해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중앙일보 유현지 기자]


재미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 활성화를 제기해 왔던 찰스 랭글 민주당 하원의원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랭글 의원은 한인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을 주도했던 의원으로 미국 의회 내 대표적인 친한파이자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찰스 랭글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미국내 한인 이산가족 10만 명
상봉 위해 모든 노력 다 할 것
3000만 흑인 찾아갈 가족 없어
더 늦기 전 혈육상봉 서둘러야



 랭글 의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의회 건물인 레이번 빌딩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60여 년 전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것처럼 나는 한인 이산가족 상봉에도 모든 노력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랭글 의원은 자신이 한인 이산가족 상봉에 적극 나서는 이유에 대해서도 “300여 년 전 가족과 조상, 역사를 잃은 흑인들의 고통을 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후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해 다음 달 한국에서 상봉 행사가 이뤄진다.



 “내가 항상 믿어온 신념은 인류가 아무리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더라도 서로를 죽이는 데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대화건 논쟁이건 외교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재미 한인들 중에도 약 10만 명의 이산가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얘기는 공개적으로는 하지 않았는데 내가 왜 이산가족 상봉에 앞장서고 있는지 아는가? 미국 내 3000만 명의 흑인들은 이젠 아프리카에 찾아갈 가족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이산가족만큼이나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300여 년 전 나와 같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 조상과 이름과 역사와 노래를 잃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 내 한인들은 이를 잃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새 고향을 만들었지만 이들은 한반도에 남겨져 있는 걸 잊지 못한다.”



 - 많은 이산가족이 고령이다.



 “한국전쟁 참전으로 많은 이들이 민주적인 정부에서 더 나은 삶을 누리도록 하는 데 미미하게나마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나이가 들수록 신에게 감사하게 됐다. 그러나 같은 민족, 같은 문화, 같은 언어, 같은 피를 나눈 이들이 나뉘어져 있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어긋난다. 시간은 곧 상봉의 가능성을 없앤다. 한국에서 내가 사랑받는다는 데 왜 그런 줄 아나.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내 나이(85세)까지 살아계신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자신을 도운 이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알려 왔는데 그런 분들이 얼마 없으니 내가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 있다.”



 -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북한의 무력 시위나 도발이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 지도자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간 중국 인사들과 대화를 나눠 왔는데 나만큼이나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책임과 신뢰의 부족, 북한 지도자가 취하는 방향 등을 보면 누구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처형과 임의적 결정, 어뢰 공격(천안함 침몰 사건) 등이 있지 않았나.”



 - 한인 이산가족 상봉을 활성화하기 위한 향후 계획은.



 “나는 의회의 일원이자 미국 국민인 만큼 내 나라의 대외 정책에 따라야 하니 제한을 받는다. 미국이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에 찾아가며 법을 위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60여 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해) 위험을 무릅썼던 것처럼 나는 지금도 준비돼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돕기 위해 적법하게 도덕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준비가 돼 있다.”



 - 중앙일보가 22일로 창간 50주년을 맞는다.



 “축하의 뜻을 전하고 싶다. 향후 50년은 물론 그 이상의 이상으로 중앙일보의 존재로 사람들이 서로 의견이 다른 와중에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중앙일보가 50년의 역사를 이어왔다는 점은 진실보다는 이윤을 추구하려는 유혹을 극복해 왔음을 보여준다. 다시 한번 축하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