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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저커버그의 의미 있는 실패

중앙일보 2015.09.14 02:30 종합 35면 지면보기
남정호
논설위원
애플을 세운 스티브 잡스처럼 늘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만 고집하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빌 게이츠와도 닮았다. 둘 다 유명한 자선사업가다. 게이츠가 세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단연 세계 최대 규모(자산 434억 달러)다. 저커버그도 2013년 9억7000만 달러(1조1400여억원)어치의 주식을 기부, 그해 미 최고의 자선사업가로 등극했다.



 저커버그는 다른 건 모르는 컴퓨터광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4개 언어를 구사하고 그리스의 서사시 일리아드를 줄줄 외운다. 올 초엔 2주마다 양서를 추천하는 ‘저커버그 북클럽’을 만들어 미 출판계를 흔들고 있다. 이런 인문학적 소양에는 훌륭한 교육이 큰 몫을 했다. 교육열이 남다른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명문고 필립스 아카데미와 하버드대를 다녔다. 그래선지 누구보다 교육사업에 관심이 크다.



 그런 저커버그가 요즘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5년 전인 2010년 9월에 실시했던 자선사업 탓이다. 당시 그는 빈민가로 유명한 뉴저지주 뉴왁 지역 학교를 명문교로 만들자는 교육개혁 프로젝트에 참여해 1억 달러(1180여억원)를 쾌척했다. 뜻은 좋았지만 5년이 지난 요즘, 학교 상황을 점검해 보니 결과가 참담했다. 교사 사기를 올린다며 3100만 달러를 뿌리는 등 1억 달러를 다 썼지만 학생들의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유연한 교사 해고를 위해 규정까지 고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런 저커버그의 실패를 다룬 책 『포상:누가 미국 교육을 담당하는가』까지 최근 출판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패 원인을 두고 책은 “거액을 투자하고 무능 교사만 자르면 교육이 좋아질 걸로 착각하나 이는 큰 오산”이라고 진단한다. “제대로 된 가정교육과 좋은 환경이 없으면 유능한 교사가 와도 말짱 헛일”이라는 게 결론이었다. 역설적으로 부모의 가르침과 좋은 환경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저커버그의 실패가 일깨워줬던 거다.



 지난 10일 발표된 내년도 교육 예산은 올해보다 4.5%(2조3700여억원) 늘었다. 당국은 직업교육이 필요하다며 중학생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현장체험까지 실시한다는 소식이다. 공교육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지만 가정교육의 절실함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가정에서의 가르침이 공교육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진리를 재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저커버그의 투자는 결코 헛되지 않았던 셈이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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