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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꼼짝 마 … 정부, 7개국에 “의심 명단 통째 바꾸자”

중앙일보 2015.09.14 02:30 경제 1면 지면보기


정부가 미국·중국·인도 등 7개국으로부터 한국인 자금세탁 의심자 명단을 통째로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국인 자금세탁 의혹이 집중된 곳들이어서 성사되면 해외 자금세탁 및 탈세범죄 적발에 상당한 성과가 기대된다.

FIU, 프로젝트 협정 제안
각국이 3~4년간 수집 자료
수천~수만 명 명단 받게 돼



13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7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자금세탁방지기구(APG) 회의 때 아시아 주요 6개국에 “상대 국적의 혐의거래(STR) 의심자 명단을 통째로 교환하자”며 ‘프로젝트 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해당국은 중국·인도·홍콩·마카오·싱가포르·말레이시아다. FIU는 이에 앞서 올 초부터 미국과 같은 내용의 두 번째 협정 체결을 추진해왔으며 현재 성사 직전 단계다. FIU는 2012년 미국과 처음 해당 협정(1차)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일본과도 협정을 맺었다. <본지 2월 26일자 1면>



 STR은 금융사가 불법 자금거래나 자금세탁 의심이 드는 고객의 거래 내역을 당국에 보고하는 제도다. STR에 이름이 오른 자금 거래자는 사실상 불법 자금세탁 및 탈세 의심 거래자로 분류된다. 세계 각국은 이렇게 수집한 STR 자료를 다른 나라와도 교환하고 있다. 다만 자료 교환은 상대국 요구가 있을 때 건별로 이뤄진다. 예컨대 한국이 중국에 자료를 요청할 때는 A씨라는 한국인 조사 대상자의 신원을 특정해 요구해 한 사람 자료만 받는 식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협정이 체결되면 각국이 지난 3~4년간 수집한 수천~수만 명의 한국인 자금세탁 의심자 명단을 한꺼번에 한국 당국에 넘겨주기 때문에 조사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실제 FIU는 2012년 1차 협정을 체결했던 미국으로부터 6000여 명의 미국 내 한국인 STR 명단을 넘겨받아 이 중 600여 명을 국세청에 통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물론 상대국도 한국이 보유 중인 자국 국적의 STR 의심자 명단을 통째로 넘겨받게 된다.



 FIU가 협정 체결을 제안한 상대국은 모두 한국인과 한국 기업의 자금세탁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 곳이다. 중국과 인도는 한국인과 한국 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는 곳이고 홍콩·마카오·싱가포르·말레이시아는 공식·비공식 조세피난처 또는 자금세탁 지역으로 꼽힌다. 도박자금 세탁과 페이퍼컴퍼니 설립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협정이 체결되면 해당 지역에서의 한국인 자금세탁 및 탈세범죄 적발이 한층 쉬워져 적발 건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또한 추가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있어 전반적인 관련 범죄 건수 및 탈세액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에 기반을 둔 국제 조세피난처 반대운동 단체인 조세정의네트워크(taxjustice network)는 2012년 해외 조세피난처에 숨겨져 있는 한국인의 은닉자금이 779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중국(1조1890억 달러)·러시아(7980억 달러)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정부도 해외 자금세탁 및 탈세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각종 방안을 마련 중이다. 2017년 9월부터는 다자간 조세정보교환협정의 시행으로 영국·독일·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가 포함된 50개국과 조세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올해 한·미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도 시행할 방침이었지만 국회 통과 실패로 연내 시행은 무산됐다. 대신 정부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해외 은닉재산을 자진 신고하면 한시적으로 처벌을 면제하는 ‘당근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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