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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36.5℃] 포도주의 웰빙 성분 함유 GM 쌀의 운명

중앙일보 2015.09.14 01:15 종합 32면 지면보기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리스트
프랑스인이 육식·흡연율에 있어선 미국·영국·독일 등 다른 서구인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심장병 사망률은 2분의 1에 불과한 것을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프랑스인의 모순)라 한다. 프렌치 패러독스의 비결로는 레드 와인과 그 속에 풍부한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꼽힌다. 레스베라트롤은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주목할 만한 식물 성분이다.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항산화(抗酸化)와 항염(抗炎)은 물론 암세포 증식·전이 억제, 초파리·선충에선 수명 연장 효과까지 증명된 바 있어서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팀은 레스베라트롤이 피지를 줄여 여드름 치료도 돕는다고 ‘국제분자의학회지’ 올 4월호에 발표했다.



 레스베라트롤이 풍부한 식품은 포도·땅콩·오디 등이다. 쌀·밀 등 주식용 곡류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밥상에 늘 오르는 쌀밥에 레스베라트롤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면….”



 12년 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백소현 박사팀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땅콩의 레스베라트롤 생성 유전자를 쌀에 집어넣은 유전자 변형(GM) 쌀 제조에 성공했다.



 백 박사의 GM 쌀엔 포도주와 비슷한 양의 레스베라트롤이 들어 있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선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GM 쌀을 사료로 12주간 먹은 쥐는 일반 쌀 섭취 쥐에 비해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47%나 낮았다. 백 박사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제16차 LMO 포럼 세미나에서 “레스베라트롤 생산 GM 쌀은 농진청의 안전성 평가를 마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 온실 밖으로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관문인 정부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해야 상업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높은 허들은 GM 식물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이다. 농진청은 올해 안에 GM 쌀 안전성 심사 신청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용)가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화장품 원료용)에 제출해 갈등을 피해갈 것 같다.



 그동안 GM 식물은 제초제 저항성 콩, 무르지 않는 토마토 등 생산자·판매자의 편익을 위한 것들이 거의 다였다. 소비자 입장에선 “GM 식물이 우리에게 무슨 혜택을 주는데?”란 의문을 던질 만했다. 레스베라트롤이 함유된 쌀, 베타카로틴이 든 한국형 골든 라이스(Golden rice) 등 소비자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쪽으로 GM 식물의 개발 방향을 튼 것은 바른 선택이다. 소비자도 GM 식물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볼 때다.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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