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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극적 타결한 노동개혁안 … 신속한 법제화 나서야

중앙일보 2015.09.14 00:59 종합 34면 지면보기
노사정위원회가 13일 노동시장 개혁안에 극적으로 합의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노사정위는 어제 막판 진통 끝에 핵심 쟁점이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의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대타협으로 노동시장엔 큰 변화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일자리, 특히 청년고용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선 통상임금 산정 같은 불확실성이 제거돼 정규직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노사정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절감된 재원을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데 쓰기로 합의했다. 임금체계 또한 연공서열식 호봉제에서 역할 직무급으로 전환돼 경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갈 전망이다. 탄력적 근로시간과 재량근로제 도입으로 근로자의 일하는 방식도 변하게 된다.



 다만 노동계가 강력 반발했던 저성과자 해고 문제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에 따라 명확히 한다고 합의함으로써 향후 분란과 갈등의 소지를 줄인 것도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앞으로 이 합의안이 실제 노동시장에 적용되려면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국회 환노위를 통과하는 게 과제다. 환노위는 야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법제화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김영주 환경노동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개혁의 핵심이 쉬운 해고, 임금 삭감”이라며 반대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처음부터 노사정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11월 총파업을 예고해 놓고 있다.



 야권과 노동계가 어렵게 타결한 노사정 합의에 마냥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노동자와 청년실업자를 위한다는 핑계를 내세우지만 노동개혁이 미뤄져 생기는 피해는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실업자에게 돌아간다. 2004년의 실패를 기억해야 한다. 노사정위가 합의한 비정규직보호법안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시간을 끄는 바람에 비정규직의 고용환경이 더 악화되지 않았던가. 당장 3개월 뒤 60세 정년제가 시행되는데 이에 상응하는 개혁안이 따라오지 못하면 기업들은 청년고용 확대는커녕 신규 고용부터 줄일 게 분명하다.



 야당은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노사정 합의 정신에 따라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이번에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에 따라 이뤄진 기존 노사정 타협과는 성격이 다르다. 노사정 자체적으로 이룬 대타협인 만큼 정략에 의해 그 의미가 훼손돼선 안 된다. 법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노동개혁의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되고 고용사정은 더 나빠질 것이다. 기득권을 누리는 소수 강성노조도 반대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강경세력은 마치 자신들이 전체 노동계를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대다수 여론이 노동개혁에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경영계도 이제 비용 효율화만 내세워선 곤란하다. 경직적인 임금·근로시간 체계가 신축적으로 개선된 만큼 기업 역시 비정규직·청년실업 문제를 푸는 데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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