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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일본 닮은꼴 … 한국, 나랏빚 관리 들어갈 때다

중앙일보 2015.09.14 00:05 경제 4면 지면보기
“경기부양책으로 재정 지출이 확대됐지만 성장률은 하락해 세수가 감소했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 비용은 증가했다”


[뉴스분석] 일본처럼 성장률 하락, 고령화 겹쳐
세수 줄고 복지비 늘어 … 재정은 확대
GDP 대비 국가채무 내년 40% 넘어

 기획재정부가 지난 2011년 ‘일본 국가채무 현황 및 증가요인’ 보고서를 통해 밝힌 1990년대 일본의 상황이다.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의 상황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경기 침체와 고령화로 국가채무가 늘어날 요소를 갖췄다는 얘기다. 한국도 내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서며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커졌다. 여기서 방치하면 자칫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 겪은 재정악화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도 머지않아 국가채무가 GDP 대비 100%를 넘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장기적 시계를 갖고 본격적으로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나랏빚이 폭증한 시기는 1990년대 초·중반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1990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가진 만기 1년이상 장기채무 규모는 GDP 대비 59.1%였다. 하지만 1994년 75.5%로 급증했고 97년 95.9%, 98년 109.8%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가 주 요인이다. 일본의 성장률은 90년 5.6%에서 92년 0.8%대로 급락했다. 이에 1994년 세수는 1990년 대비 15.3% 줄었다. 특히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가 독이 됐다. 돈을 풀기 위해 국채를 마구 찍어낸 사이 적자국채(세입부족을 보충하기 위하여 발행하는 국채) 규모는 1991년에서 2000년까지 10년새 113%나 불었다. 경기는 살리지 못하고 빚만 늘렸다.



 한국의 현재 상황도 유사하다. 지난 7월 11조5600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정부는 지출 확대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네차례 인하하며 지원사격을 했다. 그럼에도 경제는 회복되지 못했다. 지난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그사이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수결손이 빚어졌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도 닮은꼴이다. 1990년대 일본의 복지지출 증가율은 53%에 달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122조9000억원인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예산은 2019년엔 140조3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저물가로 ‘디플레이션’우려가 커진 점도 유사하다. 일본의 1990년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 0.5~1.8%였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2014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9개월째 ‘0%대’다.



 전문가는 일본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빚을 본격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을 비롯해 이탈리아, 그리스 등이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돈을 풀었다가 재정만 망친 경험을 했다”며 “구조적인 원인에 따른 경기부진을 재정 지출로 덮으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8일 발표한 ‘2016년 예산안’에서 정부가 내년 총예산 지출 증가율을 3.0%로 묶었다. 2010년(2.9%)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악화하는 재정을 감안한 조치다. 앞으로 재정 정책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구조개혁과 함께 증세를 고려해야 할 시기라는 의견도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예산 확장이 어려운만큼 대기업의 법인세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정책의 제약을 통화정책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인상이 필요하지만 인상폭은 가능한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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