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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서 지역 민원 해결, 선거 대비해 ‘선수’ 교체도

중앙선데이 2015.09.13 02:24 444호 6면 지면보기

국회 상임위원들의 잦은 이동으로 국정감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 파행을 겪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행자부 국정감사장. [뉴시스]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0일부터 시작됐다. 상임위 활동의 꽃이라고 불리는 국감이지만, 올해에도 여전히 부실 논란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약속했던 정책 국감은 현재로선 빈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피감기관을 긴장케 하는 송곳 질문은 사라지고 ‘쇼’를 통해 시선을 끌어보려는 국감장의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오랜 상임위 활동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기보다 인기 상임위나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걸린 상임위를 좇다 보니 ‘아마추어 국회’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중앙SUNDAY는 입법부 내에서 관행처럼 악용돼 온 ‘상임위 옮기기’ 백태를 집중 취재했다.


국회의원들 ‘상임위 악용’ 백태

 



선거 앞두고 상임위 연쇄 이동◇민원해결형=지난 11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장.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발언권을 얻자마자 지역의 숙원 사업인 충청권 광역철도사업 얘기를 꺼냈다. 그는 “충남 계룡역∼대전 신탄진역 구간과 대전∼옥천 구간 철도망 건설로 충청권의 교통편의를 높여야 한다”며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이에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군이 지역구인 박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선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했지만, 임기를 1년도 채우지 않은 채 지난 4월 국토위로 상임위를 옮겼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상임위 이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유형은 ‘민원해결형’이다. 말 그대로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상임위 소속의 의원과 자리를 맞바꾸는 경우다.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은 지난 7월 2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겼다가 하루 만에 곧바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로 복귀했다. 정부가 이 의원의 지역구인 강원도 삼척시를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로 검토하자, 이를 백지화시키기 위해서다. 이 의원은 “정치의 본령은 민의를 받드는 데 있다”며 “우리 지역의 원전 예정지역 문제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관련 해답을 얻기 위해 사·보임을 했다”고 설명했다.



◇선거대비형=총선을 대비해 지역구에 도움이 되는 상임위로 옮겨가는 의원들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은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자리를 바꿨다. 지역구인 경남 통영-고성을 고려해 상임위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의 경우 2013년 외교통일위원회, 2014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국감을 치른 데 이어 올해엔 지난 7월 교문위로 자리를 옮겼다. 한 여당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국토위나 교문위 등 인기 상임위로 의원들이 몰리는 건 민원을 해결하거나 내년 예산에서 지역구 몫을 챙기려는 이유 때문”이라며 “현안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국감은 대충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족수 채우려 의원 빌려오기도◇대리출석형=지난 7월 27일 국회 미방위 회의장. 새누리당 소속 홍문종 위원장은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한 현안 보고를 앞두고 미방위 위원 6명이 한꺼번에 바뀌었다고 통보했다. 해외 출장, 지역구 일정 등으로 여당 위원들이 숫자에서 야당에 밀리게 되자 급히 다른 상임위에서 의원들은 빌려온 것이다. 이에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안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의원들이 하루살이처럼 왔다 가는 건 상임위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구 일정이나 해외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운 의원을 대신해 다른 상임위에서 의원들을 빌려오는 관행은 국회의 오랜 악습처럼 굳어진 상태다. 지난 3월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해외자원개발 국조 특위 현장조사 일정으로 해외 출장 중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을 대신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이 급히 투입됐다. 청문회를 불과 10여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진 의원조차 “고작 하룻밤 준비해서 청문회를 하라니 벼락치기도 이런 날벼락 치기가 없다”며 “어쩌다 ‘5분대기조’ 신세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저격수 차출형=특정 법안을 막거나 정치 공세를 위해 전투력이 강한 의원을 배치하는 ‘저격수형’ 이동도 국회 운영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지난 5월 국회 운영위 현안보고에 출석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해 야당은 ‘말발이 센’ 김광진 의원을 이개호 의원 대신 원포인트로 운영위에 투입했다.



◇나눠먹기형=국회법에서 정한 2년의 상임위원 임기를 무시하고 1년씩 상임위를 나눠서 맡는 의원들도 있다. 교문위·국토위처럼 지역구 의원들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 상임위에서 이와 같은 임기 쪼개기 구태가 반복돼 왔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에도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등 2명이 교문위로 자리를 옮겼다. 교문위원장과 산자위원장 등 일부 상임위원장 자리의 경우도 의원들 간에 경쟁이 치열하자 1년씩 임기를 나누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상임위원장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이를 원하는 다선 의원들은 많다 보니 생겨난 일종의 꼼수”라고 말했다.



 



미국선 상임위원이 장관보다 박식무분별한 상임위 이동에는 상임위를 의정 활동의 공간이 아닌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원들의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 의회에선 정치적 고려로 인해 상임위를 바꾸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상임위 운영의 질을 개선하려면 초선 때부터 전문성 위주로 상임위가 배정될 수 있도록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의원들은 오랜 기간 한 상임위에서 일하다 보니 해당 부처 장관보다도 전문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며 “정책적 지향점에 따라 장기적인 상임위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천권필·추인영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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