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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 옆 ‘환상의 섬’ 죽도

중앙일보 2015.09.12 01:33 종합 17면 지면보기


울산에 사는 김구한 울산대 교수는 고향이 울산인데 실향민이다. 나고 자란 양죽마을에 공단이 들어서면서 그리 됐다. 그림의 가운데 보이는 울산대교 왼쪽이다. 마을에서 동산을 끼고 오른쪽으로 쑥 들어간 곳이 장생포다. 장생포만 깊숙이까지 들어오는 고래를 보며 자랐다. 대한해협을 오가는 고래 떼가 거쳐 가는 노루목이 여기 앞바다다. 집안에는 고래고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소나 돼지 같은 육고기를 찾을 이유가 없었다. 밍크는 지금이야 최고로 치지만 그때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학교에 갔다 오면 친구들과 만을 헤엄쳐 건너 염포산 발치 쑥밭에서 놀았다. 토끼 몰고 노루 쫓다 나룻배 뒤에 매달려 돌아오곤 했다. 올망졸망한 동네 풍경은 서서히 사라졌다. 산을 깎고 뻘을 준설해 해안을 메운 자리엔 공장들이 자리 잡았다. 굴뚝에선 희고 검은 연기가 쉴 새 없이 솟았다. 동네 앞에 있던 죽도는 뭍이 되었다. 갈대숲이 사라지고 바다는 검게 죽었다. 고래도 더는 찾아오지 않았다. 86년 고래잡이가 금지되며 장생포는 빛을 잃었다. 금모래 반짝이던 만의 동쪽 건너편은 현대자동차·현대하이스코·KCC·미포조선이 늘어서 있다. 장생포 남쪽 건너편은 석유화학단지다.

비행산수(飛行山水) ⑪ 염포산에서 본 울산



 1977년 ‘사랑만은 않겠어요’로 데뷔하며 스타덤에 오른 윤수일의 고향이 장생포다. 85년에 발표한 노래 ‘환상의 섬’은 사라진 섬 죽도를 그리며 만들었다. 고기 잡고 미역 따던 눈앞의 고향이 10여 년 만에 아득한 환상이 되었다.



 오·폐수 처리 시설이 갖춰지며 강과 바다는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태화강 십리 대숲길을 걷다 보니 물고기들이 껑충껑충 튀어오른다. 배 타고 나가면 열 번에 두 번은 고래떼를 볼 수 있단다. 장생포는 고래특구로 거듭나며 다시 생기가 돈다. 그림 오른쪽의 염포산 전망대와 함월산 함월루가 시내 조망 포인트다. 강을 보는 데는 역시 태화루다.



 울산공항에서 고래비행기가 이륙했군요. 그런데 체포당해 엔진 노릇을 하는 저 오징어 어디서 본 듯하죠? 속초에서 고래 잡겠다고 작살 들고 설치던 놈이네요. 그러게 얘야 내 뭐라 하든. 세상은 끝까지 가봐야 한단 말이다.



울산=글·그림 안충기 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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