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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 인수한 1조짜리 뉴욕 호텔 묵어보니…

중앙일보 2015.09.09 10:16






















“한국서 오셨어요? 요즘 한국인 방문객이 좀 늘어납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있는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 기자를 만난 호텔 프런트 직원은 한국인이냐며 반겼다. 로비가 있는 1층에 있는 60여명 중 한국인은 혼자였지만 직원들은 “롯데를 아느냐”면서 아는체를 했다. 하지만 16일 예정된 ‘간판 교체식’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16일 간판 교체식에서 롯데 측은 이 호텔의 이름을 공식 선포하는 행사를 할 예정이다.



미국 노동절인 이날 호텔 측은 간판 등 외관을 정비하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롯데그룹이 이 호텔을 8억500만 달러(약 9639억원)에 매입하면서, 이름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날 호텔 직원들은 호텔 북측과 남측에 있는 출입구 2곳에 기존의 상호를 떼네고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매디슨가와 맞닿아 있는 정문에는 ‘더 뉴욕 팰리스 호텔’ 상호가 떨어진 자국만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이번 주 중 이곳에도 롯데의 로고가 달릴 예정이다.



이 호텔은 19세기 철도왕으로 알려진 헨리 빌라드가 지은 ‘빌라드 하우스’로 세워졌다. 이후 뉴욕의 부호 해리 헴슬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부동산 회사 노스우드 인베스터스 등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총 55층인 호텔에는 909개(일반 객실 822개, 스위트룸 87개)의 객실이 있다. 호텔 정문을 바라보고 왼편(북측)에 있는 별관 건물은 맞춤형 고급 의상실 ‘트렁크 클럽’이 운영되고 있으며, 오른편(남측)에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영빈관 ‘빌라드 맨션’이 있다.



호텔 측은 객실에 비치된 생수병에도 호텔 정문의 야경을 인쇄해 넣을 정도로 호텔의 역사와 고급스러움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이 호텔은 블레이크 라이블리(28ㆍ여) 주연의 인기 드라마 ‘가십걸’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쇼핑의 중심지인 매디슨가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호텔에서 북측으로 10분만 걸어가면 에르메스에서 샤넬,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 명품 가게 수백 곳이 나타난다.



체크인을 한 뒤 직원의 안내를 받아 ‘타워층’으로 올라갔다.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위해 고참 직원이 손님과 따라가면서 호텔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객실의 주요 물품에 대한 사용법 및 각 비품에 담긴 스토리도 들려준다. 이탈리아 고전 양식을 적용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는 성인 5명이 들어가면 가득찰 정도다. ‘호텔 안의 호텔’을 콘셉트로 하는 타워층은 40층부터 55층까지다. 꼭대기층인 55층은 펜트하우스가 있으며 만일 이달 하순 개최되는 유엔총회 참석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묵게되면 이 55층을 사용하게 된다.



지난해 리뉴얼을 마친 호텔 방 내부는 고풍스러운 양식을 유지하면서 정보기술(IT)을 일부 접목했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태블릿PC는 방안의 조명이나 에어콘 풍량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커튼과 창문도 벽에 있는 스위치 또는 태블릿PC도 조절이 가능하다. 투숙객으로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첨단 기술도 있다. 바로 미니바다. 미니바에서 과자 등 물건을 꺼내게 되면 30초 뒤 센서가 작동해 자동으로 투숙객의 요금에 계산되는 방식이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객실에 비치되는 샴푸ㆍ바디워시ㆍ치약 등의 편의용품(어메니티)은 영국의 프리미엄 바디용품 업체 ‘몰튼 브라운’ 제품을 썼다. 국내에서는 잠실 롯데월드몰에서만 판매한다.



맨해튼에서 손꼽히는 고급 호텔이지만 ‘롯데화’가 시급한 대목도 없지는 않다. 우선 이 호텔에는 식당이 없다. 1층 로비에는 빵집 ‘폼 팔레’, 칵테일바 ‘트러블스 트러스트’ ‘테번 온 51’ 등이 있다. 하지만 정작 식당은 하나도 없다. 마찬가지로 조식 뷔페도 불가능하다. 한 직원은 “직전 소유주(노스우드 인베스터스)가 임금 절감을 이유로 식당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객실 내에는 프런트 직원들이 선정한 맛집 3곳의 이름이 ‘아침 먹기 좋은 곳’이라는 제목과 함께 적혀 있다. 물론 룸서비스 음식은 호텔에서 자체 제공이 가능하다.



건물의 전기 배선이나 욕실 설비도 롯데호텔의 스타일에 맞게 표준화가 필요하다. 이 호텔의 39층까지 있는 일반 객실에는 전동식 커튼을 달려다가 실패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배선상 이유였다고 한다. 지난해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욕조를 사용하지 않는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일부 객실에서 욕조를 떼네다가 ‘불편하게 왜 욕조를 없애느냐’는 반발에 부딪혀 중단되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인수 이후 이달 들어 한국인 투숙객이 소폭 늘어났지만, 항공권 인쇄 카운터에 대한항공ㆍ아시아나 등 국적기가 없고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없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직원들은 롯데의 인수에 기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롯데가 본격적으로 경영을 하면 한국의 첨단 IT기술이 접목되고, 명성에 맞게 시설이 정비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체크인 카운터의 직원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잠실에는 6성급 ‘시그니엘’ 호텔=한편 롯데그룹은 내년 10월 완공 예정인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에 들어설 호텔의 이름을 ‘시그니엘(signiel)’로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그니처’와 롯데(Lotte)의 상징인 ‘엘’을 합성한 이름이다. 123층인 롯데월드타워는 117~123층이 전망대 및 부대시설, 107~114층이 개인 오피스, 42~71층이 오피스텔, 14~38층이 오피스동, 지하1~지상12층이 ‘포디움’(은행 등 다양한 편의시설) 등으로 운영된다. 호텔은 76~101층에 들어서며, 로비는 국내 최고 높이인 80층에 세워진다. 롯데 관계자는 “85층에 국내 최고층 높이 수영장이 들어서는 등 6성급이라는 이름에 맞게 꾸밀 계획”이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말까지 롯데월드타워의 건물 외관 작업을 마무리한 뒤, 내년 초부터 호텔 등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해 10월 완공할 계획이다.



뉴욕·잠실=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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