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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세상은 따뜻하다…어느 특전맨 이야기

중앙일보 2015.09.09 09:45
정연승 상사.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따뜻한 특전맨이었다.



8일 오전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피해자를 돕다 다른 차에 치여 사망한 정연승(35) 상사의 이야기다. 특수전사령부 9공수 여단 소속인 정 상사는 8일 오전 여느때처럼 자신의 차량을 몰고 출근길에 나섰다. 그가 경기도 부천의 송내역 부근을 지나던 중 편도 2차선 도로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했다. 길을 건너던 중년 여성이 교통사고를 당해 쓰러져 있었다.



정 상사는 곧바로 차를 세우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고, 사고 운전자가 경황이 없어하는 사이 정 상사는 피해여성을 살폈다. 의식을 잃은 여성의 상태를 살피고 기도를 확보해 응급처치를 하는 사이 또다른 사고가 발생한 것.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던 1t 트럭이 정 상사와 피해여성, 사고운전자 등 3명을 그대로 들이 받았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정 상사와 피해 여성은 인근 병원으로 곧바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육군 관계자는 "정 상사의 사망원인은 중증 흉부 손상"이라고 말했다.



정상사는 평소 부대에서 매사에 열정적이고 솔선수범의 자세로 복무해 부대원들의 귀감이 됐다고 한다. 육군 관계자는 "여단 장비정비대 소속인 그는 손재주가 남달라 각종 장비 수리는 물론 다른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워하는 작업들도 먼저 나서 척척해냈다"며 "길리슈트(Ghillie suit, 위장복) 제작과 연구 등 대테러·특수전 장비의 성능 개선과 부대 전투력 발전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정 상사는 여가시간을 이용해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온 마음 따뜻한 특전맨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부대 인근 장애인 시설과 경기도 시흥의 양로원을 찾아 목욕과 청소, 빨래, 식사 등으로 봉사하며 가족과 다름없는 정을 나눠왔다. 또 결식 아동과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도 적극 나서 초·중등학교에 다니는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매월 10만 원씩 후원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어려운 처지를 돌보다 아내와 8살, 6살 두 딸을 두고 생을 마감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수전사령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희생의 본분을 다한 정 상사의 의로운 정신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전개해 유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사랑하는 아내와 여덟 살, 여섯 살의 어린 두 딸이 있다. 정 상사의 영결식은 10일(목) 9시 국군수도병원에서 부대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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