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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8·25 합의 뒤 첫 성과 … 당국회담 탄력 기대

중앙일보 2015.09.09 02:16 종합 3면 지면보기
코레일과 대한적십자사가 주최한 ‘희망풍차 해피트레인’ 행사에 참가한 이산가족들이 8일 서울역을 출발하고 있다. 이산가족들은 ‘평화열차 DMZ 트레인’을 타고 백마고지역까지 이동한 뒤 철원 평화전망대 등을 둘러봤다. 남북은 다음달 20일부터 26일까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했다. [강정현 기자]


남북이 8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했다. 예정대로 상봉이 이뤄진다면 1년8개월여 만이다.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후 첫 가시적 성과다. 앞으로 남북 적십자회담 본회담, 당국 간 회담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를 마련한 셈이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끈은 유지되게 됐다.

남북, 다양한 채널 가동될 수도
내달 10일 북 노동당 창건일 변수
로켓 발사 도발 땐 상봉에 영향
화상상봉·정례화는 합의 못 해



 하지만 낙관만 하기엔 이르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신중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10월 10일)이란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인공위성 실험을 빌미로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의 도발을 할 경우 정부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유엔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뒤따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고리로 남측을 압박할 수 있다.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7~8일 전례 없는 무박2일 협상으로 진행된 배경도 날짜를 둘러싼 남북의 줄다리기 때문이라고 협상 참여자들은 전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덕행(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 적십자 실행위원은 합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측은 가급적 빨리 할 것을 제의했지만, 북측은 추석 연휴도 있고 내부 행사도 있기에 늦추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북측 내부 행사’는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로, 결국 정부가 북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10월 20~26일 안을 관철시킨 북측의 논리는 물리적 시간 부족이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은 “추석 연휴와 노동당 창건일 휴일을 고려할 때 아무리 일러도 40일은 있어야 명단 교환 및 장소를 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7일 저녁 늦게 정부는 10월 말 카드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북측 대표단은 무박2일간 11차례에 걸친 회담을 진행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의 시기·규모·장소 3가지 주제만 고집했다고 한다.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화상 상봉 등 ‘근본적인 해결’을 주장했지만 북측은 “그럴 필요성에 공감은 한다”면서도 “권한 밖”이라고 강변했다고 한다. 합의문 2항에 “인도주의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란 두루뭉술한 문구가 등장한 배경이다. 정부는 앞으로 열릴 남북 적십자 본회담과 당국 간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을 본격 거론할 계획이다.



 통일연구원 박영호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남북의 기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기까지는 남북 적십자 본회담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협의 채널이 가동될 수도 있다”며 “이번 합의는 상봉이 성사될 때까지 계속될 협상의 시작”이라고 했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도 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도발 수위 등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이 시점에 북한이 자신들 입장에선 껄끄러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다는 것만으로도 남북 관계 개선의 출구는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글=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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