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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가 빈부차 불만 ‘앵그리 사회’ … 정부, 불평등 고쳐야

중앙일보 2015.09.09 02:06 종합 6면 지면보기
설문조사에 답한 대다수는 한국 사회의 균열과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여겼다. ‘불공정·불안·불신’의 ‘3불(不) 사회’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2015 국가정체성 조사 - 사회·안보의식 대한민국 자화상
고려대 ARI·EAI·중앙일보 공동조사
“빈부 갈등 심각” 일본·대만의 2~3배
정규직·비정규직 노·노문제 관심
10명 중 7명 “법 지키면 손해”
삼성연 “갈등비용 연 82조~246조원”

 불공정 사회에선 양극화가 지속돼 격차사회를 구조화한다. 불안 사회는 정치·계층·이념 갈등으로 사회적 불확실성을 키운다. 불신 사회는 정치 불신과 인간관계 파괴를 야기한다. 한마디로 사회가 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구체적으로 여야 갈등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은 85.3%였다.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크다는 답변은 74.8%였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 양극화도 문제다. 빈부 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82.3%나 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 역시 심각했다. 특히 노노 갈등이 크다(80.6%)는 응답이 노사 갈등이 크다(77.5%)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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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국 사회가 경제적 강자와 약자로 나눠져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제 불평등의 지표인 지니계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계속 악화됐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는 0.4259에 달했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균등한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소득분배가 상당히 불평등한 것으로 간주된다. 자산을 포함한 지니계수는 이보다 더욱 심각해 0.6014에 이른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불평등이 최악이라고 할 순 없지만 가장 빠르게 불평등 문제가 불거지는 사회임은 분명하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는 응답은 87.9%에 달했다. 이는 불평등 해소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큰 대가를 치르기 전에 국가 차원에서 이를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불평등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2010년 유럽의 경제위기 이후 서구에서도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팽배했다. 문제는 한국에서 유독 불평등 의식이 강하다는 점이다.



 2010년 국제정치사회 비교조사(ISSP) 프로그램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속한 사회의 빈부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에서 한국은 88%로 28개 조사대상국 중 헝가리 다음으로 높았다. 일본(35%)의 두 배가 넘고 대만(30%)에 비해 세 배에 가깝다. 왜 한국인들은 불평등이 갈등과 직결된다고 생각할까. 불평등이 불공정한 사회의 산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 정상에 오르려면 부정에 연루될 수밖에 없다는 응답이 54.2%,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응답은 66.2%나 됐다. ‘헝그리 사회’에선 함께 배고픈 것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불평등 때문에 배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앵그리 사회’가 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사회가 갈등 때문에 치러야 할 경제 비용을 연 82조∼246조원으로 추산했다. 연구소 측은 “사회갈등지수가 10% 낮아지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5.4%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갈등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갈등의 주원인인 불평등을 줄인다면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62.8%로 상당히 높았다. 정부가 불평등을 줄이려는 정책적 노력에 더욱 힘써야 하는 까닭이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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