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사, 통일성이냐 다양성이냐 … 교과서 국정화 이달 말 판가름

중앙일보 2015.09.09 01:55 종합 10면 지면보기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여부를 이달 말 교육부가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10명이 8일 국정화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나머지 교육감 7명 중 설동호(대전)·김병우(충북)·김지철(충남)·최교진(세종) 교육감 등 4명도 곧 별도의 ‘국정화 반대’ 성명을 내겠다고 밝혔다.


“국정화는 시대 역행 … 재고해야”
교육감 17명 중 14명 반대 입장
OECD 34개국 중 3개국만 국정



 8일 성명에 서명한 교육감은 조희연(서울)·이재정(경기)·이청연(인천)·민병희(강원)·장휘국(광주)·김석준(부산)·박종훈(경남)·장만채(전남)·김승환(전북)·이석문(제주) 등 10명이다. 이들은 성명서에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우리 사회가 이룩해온 민주주의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 국정화를 진지하게 재고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썼다. 교육감들은 “우리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데 가장 근원이 된다. 그러나 올바른 국사 교육이 반드시 국정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 역사 관련 다섯 개 학과 교수 34명도 지난 2일 국정화 반대 의견서를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국정화는 2년 전인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 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안 된다”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발언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수 성향의 집필자들이 쓴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좌파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으면서 정부 안에서 ‘국정화’를 암시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 통일된 교과서가 필요할 수 있다”(같은 해 11월 정홍원 당시 총리), “국사 과목은 하나의 권위 있는 교과서로 가르쳐야 한다”(지난 1월 황우여 부총리) 등이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좌파세력이 학생들에게 부정적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어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 위해 노력 중”(지난 7월 재미동포 간담회)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발언을 계기로 이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난 4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여당의 역사 왜곡 시도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국사 교과서 논쟁은 역사 교육에서 ‘통일성(국정교과서 체제)과 다양성(현재의 검인정 교과서 체제) 중 무엇이 우선이냐’로 압축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역사 국정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그리스·터키·아이슬란드 등 셋뿐이다. 그중에서도 터키와 아이슬란드는 국정교과서와 민간 발행 교과서를 혼용하고 있다. 나머지 31개국은 민간에서 만들고 정부가 심사를 하는 검인정 체제 또는 정부가 아예 교과서에 개입하지 않는 자유발행제를 택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이외에 국정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중국·북한·베트남·스리랑카·몽골 등 소수에 그치고 있다. 중국에선 일부 낙후 지역에서 국정교과서를, 나머지 대부분 지역에서는 검인정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는 황우여 부총리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두 차례 공청회를 거쳐 별도로 남은 절차는 없다. 교과서 국정화 여부는 부총리의 ‘행정 예고’ 사항으로 2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시윤·노진호·백민경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