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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테러 음모 입수 … 드론 띄워 IS대원 둘 암살

중앙일보 2015.09.09 01:39 종합 18면 지면보기



캐머런 “지난달 시리아서 제거”
형법 절차 없이 자국민 사살 처음
“미국처럼 공격 일상화되나” 논란

IS 대원으로 활동한 레야드 칸(왼쪽)과 루훌 아민.
대테러 작전에서 미국과 영국의 결정적 차이가 있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테러리스트 의심 자국민을 사살할 수 있다. 2011년 9월 예멘에서 사살된 이슬람 극단주의 성직자 안와르 알올라키와 조직원 사미르 칸이 미국 시민권자였다. 당시 미 행정부 자체 법리 검토 끝에 합법적이라고 판단했다. 법원도 미국 정부가 자국민 테러범을 사살 리스트에 올린데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 영국은 아니다. 형사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쪽이었다. 그런데 그게 깨졌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암살 음모 때문이라고 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지난달 시리아 락까에서 이동 중인 레야드 칸(21)과 루훌 아민(26)을 겨냥해 영국 공군 드론이 정밀 공습을 했다고 밝혔다. 각각 카디프와 애버딘 출신의 영국인 ‘이슬람국가(IS)’ 대원이었다. 이 공격으로 다른 IS 조직원 1명을 포함해 모두 3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또 다른 영국인 조직원 주나이드 후세인(21)이 지난달 24일 미군이 시리아 락까에서 벌인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영국군이 전쟁 중이 아닌데 자국민을 암살한 건 처음이다. 영국 내에선 큰 논란이 벌어졌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마이클 클라크 사무총장은 “미국에선 있었지만 영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에도, 대테러 작전 중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이번 공격은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영국 의회는 자국군의 대(對) IS 공습을 허가했지만 영역을 이라크로만 한정했었다. 시리아를 공격한 건 의회를 무시한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다. 당장 야당인 노동당의 해리엇 하먼 당수 직무대행이 독립기관의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들이 영국 땅에서 테러를 벌이는 음모를 꾸몄다면서 ‘자위권’에 의한 공습이었다고 말했다. 몇 달 전 국가안보회의(NSC)에서의 논의 끝에 재가했는데 법무장관이 정당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캐머런 총리는 “칸과 후세인은 올 여름 열린 기념행사를 비롯해 관심이 집중된 공공 행사에서 테러 공격을 벌이려 했다” 했다. 그리곤 이 같이 말했다. “총리로서 내 첫 임무는 영국인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의 거리에서 살인하려는 테러리스트들을 제지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정부로선 가볍게 결정하지 않았다. 우리 나라에서 테러가 벌어진 후에 이 자리에 서서,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왜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는지를 해명하는 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미국화’의 우려도 컸다. 야당의 중진의원인 데이비드 데이비스는 “그런 판단을 했을 충분한 근거가 있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처럼 이런 공격이 일상화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했다.



 테러 음모 자체에 대해선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이들이 지난달 15일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대일(對日) 전승기념일(VJ day) 행사에서 여왕을 암살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기념행사에는 여왕은 물론 캐머런 총리와 찰스 왕세자 부부도 참석했다.



 실제 그 직전에 테러 음모가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경찰과 정보기관인 MI5가 여왕을 노린 ‘압력솥 폭탄’ 암살 공격을 막기 위해 고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압력솥 폭탄은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방식이다. 당시 경호 인력이 늘었을 뿐 전승기념일 행사는 예정대로 치러졌다. 여왕과 왕실 가족들도 참석했다.



 한편 여왕은 9일 63년에 해당하는 2만3226일간 재위한 빅토리아 여왕을 제치고 최장수 영국 군주가 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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