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금난새 상상력 실험, 이번엔 음악과 외교의 만남

중앙일보 2015.09.09 01:22 종합 25면 지면보기
지휘자 금난새는 “어느 단체에서든 기존의 생각과 거꾸로 가보려 노력한다”고 했다. [사진 뉴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회는 음악인들만의 축제에서 벗어나야한다.” 지휘자 금난새(68)의 최근 행보가 뿌리를 두고 있는 생각이다. 그는 4일 ‘비세그라드 음악축제’를 시작했다. 비세그라드는 헝가리·체코·폴란드·슬로바키아 4개국의 연합체다. 구소련이 붕괴한 1991년 결성됐다. 금난새는 이 지역과 한국의 문화 교류가 확대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축제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각 나라의 연주자들을 섭외해 초청하고 프로그램을 짰다.


체코 등 동유럽 4개국 초청 축제
오늘 부산문화회관서 폐막 공연

 7일 서울 평창동 서울예술고 교장실에서 만난 그는 “한국 음악계는 음악인들끼리 네가 잘하나 내가 잘하나를 겨루는 데 너무 힘을 빼고 있다”고 했다. “그러는 대신 사회의 다른 분야와 음악이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또 음악이 어떻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외교와 음악의 결합에 나섰다. 비세그라드 음악축제는 한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던 나라들을 소개하고, 그 나라의 음악가들과 협력하는 행사다. 금난새는 “음악과 외교의 융합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형태의 융합은 최근 금난새의 지향점이다. 2012년엔 ‘맨해튼 실내악 축제’를 시작했다. 뉴욕의 수많은 한국인 음악 유학생이 현지 음악인들과 제대로 교류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그 해결책으로 출발했다.



그해 5월 맨해튼 스타인웨이홀에서 한국·미국 연주자들이 함께 실내악을 연주했다. 미국에 나와있는 20여 개국 대사들을 청중으로 초청했다. 이듬해부터는 맨해튼에 진출한 국내 커피 전문점인 카페베네로 공연 장소를 옮겼다. 금난새는 “나라간 문화교류, 기업 비즈니스가 결합한 음악회”라며 “내가 상상하는 ‘융합형 음악회’의 종류는 아주 많다”고 말했다.



 금난새의 음악회는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99년 12월 31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로비음악회도 그랬다. “그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에서만 음악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커다란 건물의 로비에서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 소리가 얼마나 멋질지 나는 상상할 수 있었다.” 이후 음악회장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장소 파괴 공연’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그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한 일은 이밖에도 많다. 지휘자가 직접 해설을 하는 음악회,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벤처 오케스트라’, 농어촌 청소년 오케스트라 등이다. 금난새는 “앞으로도 남들이 하지 않았던 생각으로 새로운 일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과 외교의 만남인 비세그라드 음악축제는 9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폐막공연을 한다. 그리고 금난새는 이달 18~20일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세 차례 공연을 연다. 세 공연은 ‘유로 아시안 음악축제’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금난새는 “아시아와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음악축제로, 매년 개최할 것”이라며 “꼭 한국인이 유럽의 유명 축제에 참가해 연주하는 것만 영광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좋은 축제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