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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짜리 울산 요트계류장, 활용법 못 찾고 표류 4개월

중앙일보 2015.09.09 00:57 종합 23면 지면보기
지난 6월 요트업체가 폐업한 뒤 4개월째 방치돼 있는 울주군 대송항 요트계류장. [유명한 기자]
지난 7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항에 있는 간절곶 다이아몬드베이 요트 계류장. 출입을 못하게 입구를 체인으로 막아 놓았고 요트가 떠 있어야 할 자리엔 낚싯배만 묶여 있다. “울산의 대표 관광지가 되겠다”는 문구가 적힌 매표소 문도 굳게 잠겨있다. 지난 6월 요트 업체가 영업 2개월여 만에 폐업하면서다. 하지만 울주군은 여태 계류장 활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요트 관광 목표로 3월부터 운영
손님 없어 두 달여 만에 폐업
업체 측 제트스키 등 활용 제안
주민은 양식장 피해 입을까 난색

 울주군은 지난 2월 군비 7억4000만원을 들여 이곳에 요트 2대가 정박할 수 있는 계류장을 조성했다. 군은 간절곶 일대 관광자원과 연계하면 요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또 관광객들이 요트 계류장 인근의 회센터를 이용하면 주민들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지난해 대송어촌계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낸 뒤 어항 일부를 요트 계류장 조성 부지로 내놓았다. 주민 요구로 진행된 사업이어서 별도의 사업 타당성 조사는 없었다. 계류장을 조성한 뒤에는 삼주그룹의 ㈜울산마리나에 독점 사용권과 임대권을 줬다. 별도의 입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울주군은 “어촌계가 해당 사업자와 사전 협의한 뒤 사업을 요청해와 군이 임의대로 사업자를 변경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3월 22일 울산마리나는 85인승 대형요트를 띄웠다. 울주군 진하해수욕장과 면선도 등을 도는 코스와 나사해수욕장과 미역 양식장 등을 둘러보는 코스 운항에 나섰다. 고래탐사를 떠나는 3시간짜리 코스도 마련했다. 하지만 하루 5차례 운항에 이용객은 거의 없었다.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업체는 결국 지난 6월 2일 폐업했다. 요트는 부산 용호항으로 옮겨졌다. 삼주그룹 측은 “선장과 안전관리자, 매표소 직원 등 인건비와 요트 관리비가 많이 드는 데 비해 요트 이용객이 적어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었다”고 폐업 이유를 밝혔다.



 이 업체는 지난 7월 기존 계류장을 활용해 요트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은 제트스키·모터보트 등 수상레저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대송항어촌계에도 이 내용을 통보했다. 그러자 이번엔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어업용 선박이 오가는 바다에서 제트스키가 시속 40㎞ 이상 고속으로 달리면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삼조 대송어촌계장은 “시속 20㎞ 미만의 속도로 운항하는 요트는 그나마 안전해서 사업을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제트스키 등은 어선과 충돌하거나 주변 양식장을 파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 어민은 “계류장 조성으로 어선을 댈 곳이 좁아져 어선을 3~4m 간격으로 가까이 묶어놓는 바람에 서로 부딪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용하지 않는 계류장은 당장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어민과 사업자가 계류장 활용을 놓고 대립하고 있지만 울주군은 폐업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주민과 사업자 간 입장차를 조율해야 하는 데다 딱히 다른 활용법도 보이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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